[이산상봉]北서 가져온 선물 술이 으뜸

  • 입력 2000년 8월 15일 23시 44분


50년 만에 헤어진 가족을 만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한 북측 이산가족방문단의 가방 안에는 어떤 선물들이 들어있었을까. 색깔만 다를 뿐 ‘HYNO’라는 상표가 똑같이 붙은 가방을 하나씩 들고 온 북측 이산가족들은 술, 인삼 등 토산품 외에도 옷감, 보약 등 다양한 선물을 차곡차곡 챙겨 넣어 왔다.

북측 방문단이 가장 많이 갖고 온 선물은 단연 술. 17세 때 헤어진 어머니를 만날 생각에 어린애처럼 마음이 설렌다는 이동섭씨(65)는 북한의 고급술인 백두산 들쭉술을 준비했다.

제주도가 고향인 강원숙씨(66)가 반세기만에 만나는 형과 동생을 위해 준비한 선물도 전통술. 시간이 주어지면 형제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지난 세월 살아온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란다. 강씨는 또 형제들의 건강을 생각해 인삼을 넣어 끓인 보약과 인삼정액 등 건강식품도 함께 챙겨왔다.

김일성종합대학 수학과 교수이자 ‘인민과학자’ 칭호를 받은 조주경씨(68)는 88세 노모를 위해 금목걸이를 준비했다. 지금껏 어머니께 장신구 하나 해드리지 못했던 한을 풀기 위해 특별히 마련한 선물이라고 했다.

만나게 될 가족 한사람 한사람을 위해 10가지가 넘는 선물을 가져온 사람도 있다. 김현석씨(65)는 고령의 아버지에게 드릴 주류와 인삼, 보약을 비롯해 형제 조카들에게 줄 옷감과 과자, 도자기 등 14가지나 되는 선물을 가져왔다. 북한 예술계의 여성박사 1호이자 평양음악무용대학 교수인 김옥배씨(62)가 준비한 선물은 어머니 한복을 지을 옷감. 동생들을 위해서도 10여가지 선물을 준비했다는 김씨는 구체적인 선물내용에 대해서는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산가족을 주제로 한 시(詩)가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던 시인 오영재씨(64)는 “형제들을 만나 느낀 반가움과 그동안의 그리움을 시로 표현해 선물할 생각”이라고 소개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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