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복구]내년 추석엔 '상봉열차' 탈수도

  • 입력 2000년 8월 14일 20시 00분


남북한 이산가족들이 기차를 타고 서울과 평양 신의주를 오갈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추석을 전후해 경의선 기공식을 갖기로 남북이 합의했다고 밝힘에 따라 경의선 복구작업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척될 전망이다.

경의선이 복원될 경우 남북은 검문 검역을 위한 경계초소를 설치함으로써 판문점에 이어 제2의 남북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김정일(金正日)위원장이 “판문점은 50년대의 유산”이라며 “경의선을 따라 남북을 오가는 새로운 길을 내야 한다”고 한 말도 같은 맥락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다음달 중순 경의선 복원작업에 착수하면 내년 가을 이전에는 개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의선 총구간 499㎞ 중에서 단절 구간은 문산∼장단∼봉동의 20㎞에 불과한데다 남북한 모두 조속한 연결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 정부는 남북 교류 활성화에 대비해 이미 남측 구간 문산∼장단 12㎞에 대한 용지 매수와 설계를 끝냈으며 공기(工期) 단축 기법을 동원해 착공 1년 만에 개통할 방침이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측에서 3만5000명의 대규모 군 병력을 경의선 복원에 동원하겠다고 한 것은 단절 구간 전구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복구에 착수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는 것이 건교부 관계자의 분석.

남한측도 군이 도로나 주둔지 등으로 사용 중인 비무장지대(DMZ) 구간에 대해서는 군이 직접 시공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원활한 경의선 복원을 위해 건교부 국방부 철도청 등 관계기관 국장급들이 참여하는 ‘남북철도 연결사업 추진단’(단장 건교부 차관)을 구성했으며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건교부는 ‘남북 철도망 구축 추진계획안’을 마련해 대략적인 복원시기와 소요예산 운영계획 등을 세웠으며 경의선 남측 구간 복구에 대략 509억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철도청 관계자에 따르면 경의선은 광복 전까지 기차가 다녔으므로 노반과 철로 등이 일치해 철로 복구작업만 끝나면 개통에 별 어려움이 없다는 것.

남북 양측의 철도 신호체계가 다른 문제는 같은 철로에 남북이 각각 자신의 기관차를 운행하면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앞으로 남은 문제는 복구 재원과 기차 운행, 검문검색소 설치 등 실무적인 것들.

29일부터 평양에서 열릴 남북장관급회담과 실무회담에서 경의선 복구의 구체적인 절차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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