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사장단-金위원장 오찬/대화 초점]

  • 입력 2000년 8월 13일 19시 08분


▼北미사일 포기 여부▼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이 지난달 19일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국제적 논란이 되어온 ‘북의 미사일 조건부 포기설’에 관해 김위원장이 직접 입을 열었다.

김위원장은 12일 방북 언론사 대표단과의 오찬에서 “로켓 한발에 2억∼3억달러가 들어가는데 미국이 우리 위성을 대신 쏴 주면 우리가 개발을 안 하겠다고 푸틴대통령에게 얘기했다”고 말했으나 이같은 발언은 푸틴대통령과 “웃는 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혀 미사일에 관한 한 북한의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위원장은 또 “우리는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로켓을 연구하고 있다”며 “농사를 지어야 쌀을 먹을 수 있는 것처럼 로켓을 연구해서 (다른 나라에 팔면) 몇 억 달러씩 나오는데 그거 안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로켓 포기에 따른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것. 그는 1년에 두 세 번 위성발사를 하면 9억달러가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 미사일을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추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미국을 겨냥해 “로켓을 개발해서 대륙간탄도탄을 만들어 2, 3발로 미국을 공격하면 우리가 미국을 이기겠느냐”며“그런데도 미국은 그것으로 트집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김위원장 건강비결▼

김정일위원장은 언론사 사장들과의 대화에서 과거 남측 언론에 가끔 보도됐던 자신의 ‘건강 이상설’을 반박하고 싶은 듯 다소 장황하게 건강 유지 비결을 설명했다.

김위원장은 먼저 “나는 사무실에 앉아서 우울하게 보내지 않는다”면서 “인민속에 들어가 함께 노래하며 즐겁게 보낸다”고 ‘즐거운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간부들을 보면 신경질 난다”며 “이 사람들은 고정된 틀 속에서 잘 변화하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김위원장은 운동도 비교적 규칙적으로 하는 듯했다. 특히 승마는 “11세부터 하루 약 8㎞이상씩 시속 40∼60㎞로 타 왔다”면서 “남측에서 경마하는 사람을 보내 주면 함께 타 보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말의 종류와 특징에 대해서도 상당한 식견을 보였다. 김위원장은 “러시아의 올로브 종자가 나에게 좋으며 말발굽이 이렇게 (손으로 가리키며) 굵다”면서 “영국 말은 남들이 좋다고 하는데 발목이 약해서 내가 타면 발목이 구부러진다”고 말했다. 김위원장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4시간 정도. 그는 “조직 비서 생활을 20년 해왔는데 업무 보고를 새벽 3시까지 받아 반응을 종합해서 주석님께 보고를 드리고 나면 새벽 4시가 됐고 그게 버릇이 됐다”고 말했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판문점 별도보존▼

김정일국방위원장은 분단을 상징하는 ‘판문점’에 대해 극도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위원장은 “판문점은 50년도 산물로 열강각축의 상징”이라며 “판문점은 그대로 남겨놓고 새로운 길을 경의선을 따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남북이 제1차 장관급회담에서 합의한 경의선 철도 복원, 현대측이 북한과 협의한 개성구간의 도로 건설이 이뤄진다면 판문점을 거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위원장의 발언은 한편으로 판문점이 주한미군이 주도하는 유엔사의 관할에 있다는 시각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은 외국군이 주둔하는 곳으로 남북간의 자주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지역이란 뜻.

그는 “조선문제는 민족끼리 동조해서 새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50년대 산물인 판문점을 고립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남북장관급회담에 따라 판문점 연락사무소 업무가 14일 재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판문점의 기능이 완전히 중지될 것으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또 남북간 광(光)케이블이 판문점을 통해서 연결됐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따라서 김위원장의 언급은 남북간 왕래에 있어 판문점의 사용을 가급적 피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란 게 정부관계자의 말이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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