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정국]DJ '발언' 파장…'유감' 해석 싸고 계속 꼬인 정국

  • 입력 2000년 7월 27일 18시 46분


27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국회 파행사태에 대한 유감 발언으로 국면전환의 돌파구가 열릴 듯하던 정국이 여야간에 강온기류가 오락가락하면서 다시 꼬이고 있다.

“다수라고 의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거나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김대통령의 발언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한나라당은 ‘사과성 유감표명’에 더 무게를 싣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오후 들어 민주당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역사과’를 요구하는 강경쪽으로 급선회하면서 김대통령의 발언은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反感)’으로 재해석됐다.

▽민주당〓김대통령이 물리력을 동원한 한나라당의 국회법개정안 상정 저지에 대해 화를 낸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나라당 이총재에 대한 비난발언이 줄을 이었다. 특히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김대통령의 유감표명은 결코 사과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김대통령의 유감표명을 사과로 해석하자 곧바로 성명을 내고 △국회에서의 폭력행사 △의장단 불법감금 등에 대한 이총재의 사과를 요구했다.

‘밀약설’ 발언으로 한나라당의 사과요구를 받고 있던 정균환(鄭均桓)원내총무도 “밀약설을 들은 대로 얘기했고 그대로 되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도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실상 한나라당에 대한 사과 제스처를 취했다가 오후 5시경 이런 태도를 바꿨다. 그는 “내 사과는 한나라당이 아닌 국민에 대한 사과”라며 “밀약설 자체는 사실이므로 사과할 수 없다”고 수정했다.

▽한나라당〓한나라당은 민주당의 기류변화에 따라 하루종일 널뛰기를 계속했다. 이날 오전 김대통령의 유감표명이 나왔을 때만 해도 한나라당은 “미흡하지만 민주당이 국회법을 지키지 않은 것을 인정한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민주당이 이총재의 사과를 요구하며 역공에 나서고, 31일 여당 단독국회 소집을 기정사실화하자 강공으로 다시 선회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민주당의 태도는 적반하장의 극치”라며 “국회에서 폭력을 행사하며 날치기를 시도한 정당은 바로 민주당”이라고 맞받았다.

정창화(鄭昌和)총무는 민주당 정균환총무의 연락에도 불구하고 아예 응답조차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내홍(內訌)도 국회정상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권대변인은 “자민련 교섭단체 구성에 대해 이회창총재와 협의했다”고 말한 정창화총무에 대해 “그만두는 것밖에 더 있나”며 빈정댔고, 정총무는 향후 정국전망을 묻는 기자들에게 “권대변인에게 물어보라”고 쏘아붙였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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