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총리의 '기강잡기' 5분만에 각의서 실종

  • 입력 2000년 7월 25일 19시 21분


‘5분 사이에 사라진 공직기강 확립?’

이한동(李漢東)총리가 25일 모처럼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휴가중이기 때문. 그래서인지 총리비서실은 이례적으로 이총리의 서두 말씀 부분을 기자들에게 공개하기까지 했다.

국무회의 시작 5분전, 총리비서실측은 공직기강 확립을 강조하는 이총리의 국무회의 지시사항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제목은 ‘이총리, 내각의 분발 촉구’였고 앞부분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최근 들어 일부 부처에서 업무에 공백이 있고, 협조도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일부의 지적이 있는 만큼 국무위원들께서 … 특단의 소명의식을 갖고 심기일전하여 소관업무 처리에 만전을 기해 주기 바랍니다.”

그러나 이총리는 실제 발언 때 이 부분은 건너뛰고 경기 남부지역 수해와 남북 장관급회담 준비, 검소한 해외여행 문화 조성 등만을 언급했다.

이를 두고 관가 주변에서는 엇갈린 해석이 나왔다. 국무회의의 한 참석자는 “국무위원들을 격려하는 자리여서 분위기가 맞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이총리가 공직기강을 다잡는 문제가 매우 절실함을 알면서도 공무원들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는 꺼리는 것 같다”며 ‘공무원 역(逆)눈치보기’로 해석했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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