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비화]金위원장, 한때 회담 중단 요구

  • 입력 2000년 7월 20일 18시 57분


황원탁(黃源卓)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20일 “지난달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회담을 그만두고 돌아갈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가 이를 번복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황수석은 이날 이북도민회 중앙연합회가 주최한 강연회에서 “김위원장이 2차 정상회담에 앞서 ‘오늘 아침 남측 TV를 보니 학생들이 대학 교내에 인공기를 걸었다고 해서 검사들이 사법처리하겠다고 하는데 이럴 수가 있습니까’라고 항의했다”고 소개했다.

김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여기에 와 정상회담을 하시는데 이래서야 되겠느냐”며 “지금 남측 수행원들 모두가 태극기를 달고 있지만 우리가 시비를 걸지 않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는 것.

이어 김위원장은 김대통령에게 “열렬한 환영도 받으셨으니 오늘 하루 쉬시고 바로 돌아가십시오”라며 “이번 정상회담은 만나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하셨는데 이렇게 만났으니 돌아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요구했다고 황수석은 말했다.

그러나 황수석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내가 그런 말을 하기는 했으나 강연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 앞서나가다 보니 실수했다”며 “김위원장이 김대통령에게 돌아가라고 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또 박준영(朴晙瑩)공보수석은 “공동선언문 작성시 진통이 계속되자 김위원장이 ‘대통령께서 서울 출발 때 만남에 의미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오늘 좋은 말씀을 나눴으니 다음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돌아가시라’는 취지로 말했으며 인공기 문제는 정상회담에 앞서 문제제기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수석은 “황수석이 두 사안을 혼동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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