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회담 스케치]北대표 "민족에게 기쁨 주자"

  • 입력 2000년 6월 27일 19시 22분


27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남북적십자회담은 ‘6·15 공동선언’의 첫 후속조치라는 점에서 남북 모두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가시적 성과를 이뤄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북측 대표단장인 최승철 적십자회 중앙위상무위원은 회담에 앞서 10여분간 진행된 환담에서 ‘민족에게 기쁨’을 주자고 언급해 눈길. 그는 “평양에서 (금강산으로) 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고 운을 뗀 후 “이번에 쌍방 수뇌가 역사적으로 마주앉아 합의하고 수표(서명)한 공동선언을 어떻게든 실현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웃분의 뜻을 받들고 온 겨레와 민족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라고 강조.

이에 대해 남측 수석대표인 박기륜(朴基崙)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은 “이산가족의 염원을 고려해 이번에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 이산가족들에게 기쁨을 주자”고 화답.

○…대표단은 오후 3시 금강산호텔 2층 회담장에 동시 입장했으며, 입구에서 마주치자 환한 얼굴로 악수를 교환했고 양측 수석대표들은 신임장을 교환. 최단장은 박수석대표가 평양 정상회담에서 특별수행원으로 참가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평양 방문 소감을 말해달라고 요청. 박수석대표는 “평양이 계획된 도시여서 깨끗하고 사람들도 친절했다”며 “음식을 많이 먹어 체중이 늘었다”고 말해 웃음이 터지기도.

○…양측 대표단 30여명 전원이 참석한 북측 주최 만찬은 오후 7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북측 최단장은 건배를 제의하며 “북남공동선언의 첫 발짝을 내민 것이 이번 적십자회담”이라며 “적십자인들이 공동선언에 대한 자신의 임무를 자각하고 어떻게든 겨레 앞에 훌륭한 결실을 이룹시다”고 만찬사를 낭독.

남측 박수석대표는 “1000만 이산가족의 고향방문에 쏠린 눈을 생각하면 어깨가 무겁다”며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답사. 양측 대표들은 만찬장의 5개 테이블을 일일이 도는 등 서로에게 술을 권하면서 ‘성과 있는 회담’을 강조.

○…남측 대표단은 금강산관광선인 ‘금강호’를 이용해 27일 오전 7시30분 장전항에 입항. 대표단은 간단한 입경수속을 밟은 뒤 오전 9시50분께 회담장인 금강산호텔에 도착. 양측은 회담에 앞서 오후 2시10분 수석대표간 단독접촉을 갖고 회담진행 문제 등을 협의.

○…적십자회담 취재차 온정리에 파견된 북측 취재진은 회담장소를 판문점이 아닌 금강산으로 정한 이유를 묻자 “우리 민족끼리 조용히 얘기할 수 있고, 또 좋은 경치를 보니 좋지 않은가”라고 반문.<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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