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인사청문회]李총리서리 자질 추궁

  • 입력 2000년 6월 26일 19시 34분


국회 인사청문회특위(위원장 김덕규·金德圭)는 26일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서리를 출석시킨 가운데 헌정 사상 첫 인사청문회를 열고 이총리서리의 과거 경력과 재산, 말바꾸기 등을 추궁하면서 총리로서의 자격을 심사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이총리서리가 판사 재직 시절 편법으로 부동산을 구입하고 내무장관 시절 노사분규를 강경 진압한데다 자민련 총재로 민주당과의 공조파기를 선언한 뒤 이를 번복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며 이총리서리의 자질 시비를 벌였다.

심재철(沈在哲)의원은 이총리서리가 74년 7월 부인의 주민등록을 옮겨 경기 포천군 중리의 땅 3만평을 매입한 뒤 40일 만에 다시 주소를 옮겼다며 “이는 토지 매입을 위해 위장전입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성헌(李性憲)의원은 이총리서리가 포천 등에 약 5만평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며 “평균 농가 소유 면적에 비해 너무 많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원희룡(元喜龍)의원은 이총리서리가 정치적 상황에 따라 말바꾸기를 거듭했음을 지적하며 도덕성을 문제삼았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이총리서리가 법조계와 행정부 및 입법부에서 폭넓은 경력을 쌓는 등 총리로서 자격을 갖췄다며 총리 취임 후 이총리서리가 취할 정책 방향을 묻는 데 주력했다.

설훈(薛勳) 이낙연(李洛淵)의원 등은 “대북 및 안보정책에 대해 대표적 보수주의자인 총리 후보자와 대통령간의 불협화음을 걱정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면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와 함께 남북 공동선언을 어떻게 실현해 나갈 것인지 밝혀달라”고 말했다.

또 송훈석(宋勳錫)의원은 “총리로 임명될 경우 각료선출권을 헌법에 규정된 대로 행사할 것인지 여부를 밝혀달라”고 질의했고 함승희(咸承熙)의원은 “이총리서리는 과거 5, 6공 당시 요직을 많이 거쳤는데 민주화 운동의 산물인 국민의 정부에서 취하고 있는 개혁정책, 민주화 정책에 융합, 적응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총리서리는 “소유 부동산 중 30필지 가까운 부동산이 선친으로부터 상속받은 것이고 대부분이 구입 당시 황무지나 밭 등이어서 투자나 투기 목적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총리서리는 또 말바꾸기에 대해선 “정치인은 상황 변화에 따라 불가피하게 정치적 입장을 바꿀 수밖에 없다”면서 “결과적으로 말을 바꾼 점에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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