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문답]"6·15선언 아전인수 해석은 곤란"

  • 입력 2000년 6월 19일 19시 11분


17일 여야 영수회담 직후까지만 해도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 자세를 취했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19일 기자회견에서는 갑자기 비판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총재는 이날 배포한 A4 용지 6쪽 분량의 회견문에서 정상회담의 문제점을 9가지나 지적한 뒤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정체성에 일대 혼란이 오고 가치의 전도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지금까지 남북관계를 돌이켜보면 남북 사이의 합의는 하루아침에 종잇장이 되고 만 경우가 비일비재였다”면서 정상회담 이후의 낙관적 통일론을 경계했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여야 영수회담에서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으로부터 충분히 설명 들어 모르는 부분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고 했는데 입장이 바뀌었나.

“그렇지 않다. 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높이 평가하면서 동시에 국민의 합의와 지지를 얻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 문제점을 짚은 것이다.”

―한나라당의 통일 방안은 무엇인가.

“‘화해와 협력→남북연합→1국 체제’라는 단계적 통일 방안 기조에 변함이 없다.”

―2년 뒤 집권하면 이번 선언의 기조를 승계할 것인가.

“승인하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애매모호하거나 국민이 의혹을 품는 것은 정확히 해야 한다. 공동선언에는 없지만 정상 사이에서는 모두 양해되었다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북한방문 의사가 있나.

“제1당의 총재로서 우리 당을 위해, 나아가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그 어느 누구와도 만난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도 예외는 아니다.”

―헌법 및 국가보안법 개정에 대한 입장은….

“김대통령도 국가보안법에 대해 개정은 몰라도 폐지에는 반대한다고 했다. 국가보안법은 그 이름이 무엇이든간에 남북한 사이의 이중적 구조가 유지되는 한 존재해야 한다.” ―회견에서 남북경협과 특정기업에 주도적 역할을 부여하는 데 우려를 나타냈는데….

“그런 시각이 있는 게 사실이다. 공정한 기회가 주어진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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