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화제]패션전문가가 본 두정상 의상

  • 입력 2000년 6월 14일 19시 33분


13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이뤄진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국방위원장 간의 첫 만남은 ‘외교패션 역사상 하나의 사건’이라고 영국의 유력 일간지 더 타임스(본사 특약)가 1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두 정상이 첫 대면을 했을 때 환한 미소와 박수로 서로의 만남을 축하하는 등 한마음이 됐으나 당시 입고 있었던 복장을 보면 두 정상간의 패션 취향이 극명하게 대조되고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헤어스타일로만 봤을 때는 ‘귀여운 양배추 인형’과 ‘2000년형 레이건’의 만남. 덥수룩한 곱슬머리 스타일의 김위원장과 서구의 명문 사립학교 학생처럼 단정하게 빗어 넘긴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헤어스타일을 한 김대통령을 비교했다.

또 타임스는 오랜 기간 서방세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위원장의 의상을 70년대 복고 스타일이라고 소개했다. 카스트로를 연상케 하는 쿠바식 구두, 무릎 밑으로 통이 넓어지는 부트컷 스타일의 바지, 비행기 조종사가 애용하는 스타일의 선글라스, 지퍼가 달린 상의 등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볼 때는 유격대원 복장을 한 엘비스 프레슬리 풍의 분위기를 나타냈다는 것.

반면 김대통령의 의상은 한참을 더 거슬러 올라간다. 50년대에나 유행했을 법한 양복과 구두, 여기에 레이건식 헤어스타일을 한 김대통령의 복장은 국가 원수들이 즐겨 입는 극히 평범한 패션이라는 것.

남성 의류 잡지에 등장하는 모델처럼 팔을 가볍게 흔들면서 만난 두 정상. 표범가죽 모자를 쓰고 다녔던 모부투 세세 세코 전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 이후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면서 외교 무대에 나선 것은 두 정상이 처음이었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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