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궤도 오를 남북경협]전력-생필품 北투자 '1순위'

  • 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17분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됨에 따라 민간 차원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돼온 남북간 경제협력이 정부의 공식지원을 보장받으면서 급류를 타게 됐다.

남북 경협은 현 시점에서 북한이 가장 절실히 원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본격화될 전망. 북한의 열악한 경제사정을 감안할 때 전력 통신 교통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소비재 등 생필품 제조업, 농어업 생산 등이 1차 협력대상으로 꼽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통신망과 같은 기간시설에 대해 미국 일본 등의 민간기업이 자금과 기술을 독점적으로 지원할 경우 북한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SOC 분야의 대외종속이 심화될 우려가 크다”면서 “남북한 경제공동체를 구축하는 차원에서 이 분야의 지원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OC 확충〓에너지 부족은 북한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최대의 골칫거리. 발전 시설이 노후한데다 연료와 부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는 바람에 상당수 발전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산업활동의 중단으로 이어져 북한경제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 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화력발전용 석탄과 발전소 증축이 절실한 상황. 전문가들은 북한 전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경수로 사업이 2006년에야 완료되는 만큼 남한측이 우선 자원 및 에너지 분야의 지원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지적했다.남한이 재고로 보유하고 있는 1000여만t의 무연탄을 제공하면 북한의 발전소를 가동할 수 있다. 그 대가로 남한이 수입에 의존하는 철광석과 금 은 동광 마그네사이트 등 일부 광물을 북한에서 반입하는 구상무역 형태의 거래가 가능하다.

북한 지하자원과 대륙붕에 대해 남북한이 공동탐사와 생산에 나서고 해외판매망을 함께 개설하는 것도 유력한 협력 방식. 한국전력은 평양 인근에 화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거나 수풍 등 수력발전소의 출력을 높이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남한의 정보통신 업체가 북한의 통신망을 깔아주자는 논의도 무르익고 있다. 남북경협의 활성화로 양측의 통신 수요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나중에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같은 종류의 시스템으로 양측을 연결하자는 것.

▽제조업과 농어업〓현재 제조업 분야의 경협은 중소기업의 임가공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대기업 진출은 미미한 상태.

북한의 생필품 부족 현상이 심각한 점을 고려할 때 북한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생필품 생산을 위한 협력사업이 유망하다. 구체적으로 섬유 신발 의복 봉제 식품가공 등의 경공업은 남한 내에서의 생산확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북한에서 본격적인 생산이 이뤄지면 양측이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다. TV모니터 냉장고 등 전자제품의 조립도 남북경협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농업분야에서는 비료 농약 종자 등을 지원하고 농기계 제작기술을 전수해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또 남한의 유휴선박을 북한에 대여하거나 남측 어선에 북한 선원을 승선시켜 공동어로에 나서는 것도 시도해봄직한 사업이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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