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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5월 25일 1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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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평양으로 출발하는 남북정상회담 선발대에 내려진 지상과제다. 북측이 남측대표단의 구체적 체류일정을 통지하는 날은 ‘D-10일’인 6월2일. 선발대는 채 열흘이 안되는 촉박한 시일 내에 북측과 체류일정을 협의해 확정하고 이를 분(分)단위로 체크하는 현장답사까지 끝내야 한다.
한 의전전문가는 “남북은 특수관계인데다 첫 정상회담이어서 ‘의전의 A∼Z’를 전부 협의해야 한다”며 “외국과 하는 일반 정상회담과 달리 합의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정상회담의 경우 통상 ‘D-6개월’ 전에 회담날짜가 확정되고 ‘D-40일’경 세부일정이 합의된다. 외교통상부 ‘의전실무편람’에는 ‘늦어도 방문 40일전에 (합의된) 일정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한다’고 돼있다. 이런 일정안은 3∼5개월간 ‘한국정부↔현지 대사관↔상대국 정부’의 세밀한 의견교환을 통해 작성되는 것. “우리 대통령이 당신네 나라 명문대에서 강연을 하고 싶어하니 공장 방문시간을 줄여달라”는 식이다.
그러나 남측선발대는 이같은 몇 개월의 과정을 며칠만에 해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호스트 국가가 짠 일정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협의하는 것이 국제관례인 만큼 합의에 이르는 시간은 북측 일정이 얼마나 남측에 호의적인가에 달렸다”고 말했다.
만약 북측이 ‘외교관례’라며 김일성(金日成)전주석의 만경대 생가 방문이나 주체탑 헌화를 일정에 넣는다면 협의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상회담에 차질을 빚지 않으려면 최소한 ‘D-5일’전까지는 일정 합의가 끝나야 한다는 것이 의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박3일 일정에 대한 현장 답사에만 3, 4일이 걸리기 때문.
한편 정상회담 첫 행사인 평양 순안공항의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영접자리에는 예우차원에서 홍성남(洪成南)내각총리가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12일의 방북 첫날 만찬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 주최가 돼야 한다는 게 남측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