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당선자 '光州술판' 파문]"의원직 사퇴" 각계 비난

  • 입력 2000년 5월 25일 19시 23분


‘386 국회의원당선자’ 등의 ‘광주 술판’ 문제가 정치권은 물론 일반시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면서 이들의 도덕성이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이들이 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 기념전야제가 열리고 있던 그 시각 광주 현지에서 여종업원 등과 어울려 술판을 벌였다는 사실 때문에 “희망을 잃었다” “의원직을 사퇴하라”는 등의 격렬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발단〓동아일보의 인터넷 신문 동아닷컴(www.donga.com) 독자토론 코너에 24일 밤 김민석의원 등 ‘386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행태를 비판하는 글이 오르면서 ‘광주 술판’ 문제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글은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 잠시 올랐다가 삭제된 ‘전말기’를 그대로 인용해 17일 밤 문제의 술자리 상황을 자세히 묘사한 것. 다음은 주요내용.

“당신들은 5월18일을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맞이하셨습니까? 당신들은 17일 늦은 저녁부터 18일 새벽까지 광주 그랜드호텔 옆 ‘새천년 NHK’ 가라오케에서 술에 취한 채 흥청망청하고 있었습니다. 광주를 추모하기 위해 간 당신들은 술집 여종업원 아가씨들을 하나씩 옆에 끼고 술을 마시며 취한 채 흐느적거리고 있었습니다. 송영길당선자는 여자를 옆에 세우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으며 그 노래에 맞춰 ‘노동의 새벽’ 박노해씨는 술집 아가씨와 블루스를 추고 있었고 김민석의원은 양쪽에 아가씨를 끼고 있더군요. 그 안쪽에는 장성민당선자가 앉아 있었구요. 나머지 의원들도 모두 한사람씩 끼고 말입니다. 당신들이 놀고 있던 그 문 앞에는 술에 만취돼 고래고래 악쓰며 욕해대던 우상호위원장이 있었지요.

정말로 그 날만은 그럴 수 없습니다. 당신들은 가장 엄혹한 역사의 칼날로 단죄받아 마땅합니다. 원통히 쓰러져가던 광주의 그분들이 술에 취한 눈에는 안 보이던가요? 다음날 대통령이 광주를 방문한다니 또다시 양심적인 정치인의 모습으로 변모해 벌건 눈으로 대통령을 맞이하더군요. 그리고는 며칠 뒤 386 정치인이 광주항쟁 기념사이트를 개설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는 위선에 대한 증오를 넘어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속이며 살아가야만 하는 당신들의 모습에 가여운 연민의 정마저 느끼게 되더군요.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실망을 안겨주지 말고 386정치인 여러분 ‘위선의 탈’을 벗어버리십시오.”

이 술자리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글은 17일 밤 우상호 민주당 서대문갑위원장의 권유로 잠깐 합석했다가 이내 자리를 뜬 임수경(林秀卿·89년 방북자)씨가 쓴 것으로 추정된다.

▽비난여론 급등〓민주당 김민석의원의 홈페이지(http://www.ms2030.or.kr)에는 25일 분노와 개탄이 담긴 네티즌들의 글 60여건이 게시됐으며 글마다 조회건수가 100건을 넘는 등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네티즌들은 대부분 김의원의 행동에 분노를 표시했으며 일부는 김의원이 이번 사태를 해명하고 의원직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원색적인 욕설도 쏟아졌다.

임모씨는 ‘광주사건 간단한 해결법’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이런 지저분한 사건에 광주라는 이름을 붙여야 한다는 게 부끄럽다”고 개탄했다. ‘새옹지마’라는 필명의 한 네티즌은 ‘김민석의원! 당신이 그런 무리일 줄이야…’라는 제목의 글에서 “당신 성장의 모태가 되었던 그 역사의 함성이 들려오는 바로 그 도청 옆에서 술집 아가씨를 데리고 놀았다니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등 언론사 게시판에도 분노에 찬 네티즌들의 글이 이어졌다. ‘kkk’라는 필명의 한 네티즌은 ‘우리는 또 하나의 희망을 잃었다’는 제목의 글에서 “너무 슬퍼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 시기는 광주에서는 시끄러운 음악도 삼갈 정도였다”며 “386에게는 더이상 기대도 관심도 없다”며 절망을 표시했다.

▼당사자의 해명▼

이날 술자리에 참석했던 ‘386세대’ 민주당 당선자 등은 25일 ‘광주를 방문했던 젊은 위원장들’ 명의의 경과보고서를 통해 당시 상황을 해명했다. 이들은 “경위야 어찌됐든 그날 우발적이나마 술자리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참석자들 모두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들은 17일 밤 술자리를 갖게 된 경위에 대해 “시내 한식집에서 저녁식사를 한 뒤 토론을 갖기 위해 숙소로 돌아가다 참석자 중 한 사람이 ‘맥주나 한 잔 하고 가자’고 제의해 술자리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젊은 당선자들은 대부분 밤 10시 반에서 12시 반 사이까지 술자리에 참석했다”며 “노래방 기기로 노래를 부르고 합창도 했으며 남녀 종업원과 주인이 드나들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들은 또 “밤 12시 반쯤 되어 참석자들은 삼삼오오 헤어져 새벽 3∼4시까지 토론을 나눴다”며 “인터넷에 올려진 글은 상당한 과장이 있음도 지적해둔다”고 밝혔다.

<윤승모·이원홍·이헌진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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