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포커스 이사람]在野색깔 벗는 김근태의원

  • 입력 2000년 5월 17일 19시 34분


그만큼 세상이 많이 변해서일까. 오랜 기간 민주화운동에 헌신해온 경력 때문에 정치권의 대표적인 '개혁성향'으로 지목돼온 민주당 김근태(金槿泰)의원은 그런 평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한다.

"나에 대한 기사를 쓸 때 '개혁'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김의원의 주문. 그 까닭은 뭘까.

"아직도 한국사회는 투명성과 합리성 등 '기본'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개혁 대 보수 구도로 양분해버리면 '기본'을 해결하려는 양심적인 세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를 보는 주변의 시각은 다소 괴리가 있다. 이같은 '노선재정립'은 최근에 그가 처한 정치적 상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시각이 많다.

김의원은 일찍부터 "9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경선에 뛰어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치권에서 리더로서의 가능성을 시험받겠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그의 변신은 앞으로 대중과 함께 호흡하고, 대중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정치를 하겠다는 뜻으로 비쳐지는 것.

아무튼 그는 정치권 안팎에서 자연스럽게 여겨졌던 '김근태〓재야 대표'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듯하다.

변화의 전조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감지됐었다. 그는 당시 일부 오해를 무릅쓰고 이인제(李仁濟)고문 노무현(盧武鉉)의원이 참여하는 '50대 트로이카론'을 주창했다.

평소 '생각이 많아' 신중하기는 하지만 가끔 정치적으로 타이밍을 놓치기도 한다는 평이 변신의 동인(動因)이 됐던 것 같다.

당시 선대위원장이던 이인제고문이 선거일정상 바쁘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흐지부지되기는 했지만 그는 이후 노무현의원과는 각자의 홈페이지가 링크돼 있고 둘 사이의 관계를 '연대'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가깝게 지낸다.

경제문제 등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부쩍 높이고 있는 것도 그의 변화된 모습. 최근 그는 각종 외부강연을 통해 공적자금조성문제, 제2의 경제위기를 막기 위한 대응책 등에 관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등 홀로서기 행보를 계속 하고 있다.

'다음 대선에서 도전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김의원의 답은 "솔직히 생각이 있다"는 것. 그는 스스로 "여론주도측에서는 비교적 인기가 있는데, 아직 대중적 지지도는 낮은 게 불리한 점"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인제고문 등 당내 다른 대권주자에 비해 낮은 인지도를 인정한다.

하지만 "시대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는 그의 얘기에서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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