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정상회담]"과욕 안부린다" 대화 정례화 초점

  • 입력 2000년 5월 12일 19시 27분


남북 정상회담이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분단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남북 최고지도자가 얼굴을 맞댈 회담에서 과연 지난 세월의 반목과 대립의 상처를 씻어내고 화해와 협력의 틀을 주조해 낼 수 있을까. 역사적인 평양 정상회담을 카운트다운해 들어간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만남 자체만으로도 성공”이라는 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12일 청와대에서 주한외교사절단과 국제기구 관계자 등 260여명을 초청한 자리에서도 김대통령은 이 말을 빼놓지 않았다. 김대통령은 또 “과욕을 부리지 않겠다”며 오히려 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데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회담목표〓김대통령은 회담의 최대 목표를 ‘남북 대화기구의 상설화’에 맞추는 것 같다. 정상회담을 한판 벌리고 끝내는 ‘1회용 잔치’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김대통령의 생각은 동서독 정상회담 고찰에서 암시를 받은 듯하다. 동서독은 70년 3월과 5월 열린 1, 2차 정상회담에서 “독일 통일을 위해 노력하자”는 정도에서 회담을 마무리지었다. 분단 극복 문제가 공식 논의된 것은 그 후 10여년이 지난 뒤였다.

김대통령은 1차 정상회담에서 일단 포괄적인 합의문을 이끌어 내고 합의문의 후속 조치를 논의할 각료회담 등 상설기구를 설치하면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3월의 ‘베를린선언’을 토대로 △남북 간 평화선언 △경제협력 및 사회간접자본(SOC) 지원 △이산가족 상봉 등을 우선적인 4대 목표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근본문제〓북한이 의제 표현에 있어 조국통일 3대 원칙을 천명한 ‘7·4’남북공동성명을 강조한 것으로 볼 때 주한미군 철수나 지위 변경, 국가보안법 철폐 등 ‘근본 문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한마디로 ‘수용 불가’다. 하지만 정상회담 석상에서 김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한 논의 자체를 회피하지 만은 않을 것 같다. 김대통령은 주한미군이 동북아 세력판도의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일 군비경쟁과 일본의 핵무장 억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거시적 안목에서 반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북한 핵 및 미사일〓핵과 미사일 문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억지를 추구해온 미국과 일본의 최대 관심사. 또 어차피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를 논의하면서 김대통령이 한 번은 언급해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발언 강도가 높을 경우 북한을 자극할 수도 있고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라는 역공으로 맞설 가능성이 있어 정치 논쟁화는 피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8일 방한했던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자문관이 김대통령의 복안에 만족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이 문제는 전적으로 김대통령의 의중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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