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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5월 5일 20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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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심(李心·이총재의 의중)’논쟁이 조심스럽게 일고 있다.
이달 말과 다음달 초로 예정된 부총재 경선과 국회의장 당내 경선 등을 앞둔 시점에서 ‘4·13’총선 후 위상이 훨씬 강화된 이총재의 ‘손끝’이 출마자들의 당락을 가를 수 있는 주요 변수이기 때문. 이총재는 엄정중립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그동안 치러진 원내총무 및 국회의장 경선 때 이총재측은 자파 후보들을 당선시키기 위해 막후에서 표단속에 공을 들였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번 경선정국의 상황은 다를 것이라는 게 이총재 측근들의 설명.
이총재의 한 측근은 “이총재는 총선을 통해 명실상부한 당의 수장(首長)으로 올라섰다”며 “굳이 특정 인사를 밀어 다른 인사들을 적으로 돌리는 우(愚)를 범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이심〓중립’임을 강조했다. 특히 경선과정에서 ‘이심’을 둘러싼 불공정 시비가 불거질 경우 차기 대선을 노리고 있는 이총재의 당 장악력에 큰 흠집이 날 수밖에 없다.
또한 부총재 경선투표가 3명 연기명(連記名)방식으로 될 경우 ‘고전적인’ 위원장 줄세우기 방식이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적 이유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총재측이 무작정 손을 놓고 있겠느냐는 반론도 없지 않다. 앞으로 2년반이 이총재의 집권기반을 다질 수 있는 결정적 시기인데 이총재측이 이번 경선을 그냥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아무튼 이총재와 가까운 일부 중진이 부총재 출마 여부로 고민하고 있는 것도 쉽게 윤곽이 잡히지 않는 ‘이심’ 때문인 듯 하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