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측이 제의한대로 차관급 수석대표를 단장으로 한 5명의 대표단이 22일부터 판문점에서 접촉을 갖는다면 94년 합의를 바탕으로 북한측과 협의해나가는 것이 수월하리라고 정부측은 판단한다. 어차피 준비접촉을 여러차례 해야 하므로 제3국보다는 판문점에서 하는 게 낫다고 정부측은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의 태도는 아직 분명치 않다. 북한측이 거부할 가능성이 큰 대목은 무엇보다 장소문제. 북한이 94년이래 판문점에서의 남북 간 접촉에 거부감을 나타내왔기 때문이다.
정전체제의 무효화를 주장하며 평화체제 협상을 당사자인 미국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북한은 남측과의 협상장소로 판문점 대신 중국 베이징(北京)을 선호해왔다.
게다가 베이징 회담은 판문점과는 달리 본부에서 모니터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서로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딜(거래)’이 가능하다는 특성도 있다. 이번 정상회담 합의과정에서 구체적인 의제를 정하지 못했고 정상회담 이전에 대북지원 약속도 없었다. 따라서 북한측이 준비접촉 과정에서 협상을 원한다면 베이징에서 만나자고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다만 정부는 김일성(金日成)주석 사후 당국 간 통로의 역할이 유명무실해진 판문점을 복원하겠다는 의지와 남북문제는 한반도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바탕으로 판문점 개최를 북한측이 받아들이도록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