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北 '판문점 준비접촉' 수용할까?

  • 입력 2000년 4월 18일 19시 28분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준비접촉을 판문점에서 갖자는 제의에 대해 북한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준비접촉 장소 등에 대한 반응에 따라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북한측의 의지와 의도가 어느 정도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측이 제의한대로 차관급 수석대표를 단장으로 한 5명의 대표단이 22일부터 판문점에서 접촉을 갖는다면 94년 합의를 바탕으로 북한측과 협의해나가는 것이 수월하리라고 정부측은 판단한다. 어차피 준비접촉을 여러차례 해야 하므로 제3국보다는 판문점에서 하는 게 낫다고 정부측은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의 태도는 아직 분명치 않다. 북한측이 거부할 가능성이 큰 대목은 무엇보다 장소문제. 북한이 94년이래 판문점에서의 남북 간 접촉에 거부감을 나타내왔기 때문이다.

정전체제의 무효화를 주장하며 평화체제 협상을 당사자인 미국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북한은 남측과의 협상장소로 판문점 대신 중국 베이징(北京)을 선호해왔다.

게다가 베이징 회담은 판문점과는 달리 본부에서 모니터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서로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딜(거래)’이 가능하다는 특성도 있다. 이번 정상회담 합의과정에서 구체적인 의제를 정하지 못했고 정상회담 이전에 대북지원 약속도 없었다. 따라서 북한측이 준비접촉 과정에서 협상을 원한다면 베이징에서 만나자고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다만 정부는 김일성(金日成)주석 사후 당국 간 통로의 역할이 유명무실해진 판문점을 복원하겠다는 의지와 남북문제는 한반도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바탕으로 판문점 개최를 북한측이 받아들이도록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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