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4당개표 희비교차]웃다가 울다가…

  • 입력 2000년 4월 14일 00시 56분


여야는 13일 밤 TV로 중계되는 엎치락뒤치락하는 개표상황을 지켜보며 시시각각 일희일비를 거듭했다.

○…한나라당은 오후6시에 발표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예상외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자 크게 실망했다가 개표결과 한나라당이 선전하자 크게 안도하는 모습. 출구조사 발표 직후 “15대 총선 때보다 위법건수가 5배나 늘었다”며 여당의 불법선거에 책임을 돌리던 당 고위관계자들은 “출구조사는 역시 출구조사에 불과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굳은 표정으로 귀가했던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날 밤 11시반경 당사에 나타나 당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 출구조사 직후 선거인책론을 걱정했던 이총재 측근들은 한결 표정이 밝아진 모습. 당 관계자들은 “우리 당이 무려 65석이나 되는 영남권 의석을 석권한데다 수도권에서의 민주당에 크게 밀리지 않은 것 같다”고 자평. 다만 이총재의 핵심측근이자 당 공천심사위원장인 양정규(梁正圭)부총재, 대여 공격의 선봉에 섰던 이사철(李思哲)대변인 이신범(李信範)의원 등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자 당 관계자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

○…민주당은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원내 제1당’이 유력시된다는 예측이 나오자 일제히 환호하며 잔칫집 분위기. 하지만 개표방송이 계속되면서 한나라당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자 초조해하면서도 최종결과는 출구조사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

서영훈(徐英勳)대표와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 등 지도부는 수도권에서의 선전이 ‘제2의 경제위기론’이 먹혀들어간데다 선거 막판에 남북정상회담 개최합의 발표가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며 일찍부터 승인(勝因)을 분석.

한 당직자는 “며칠 전부터 ‘1당’도 가능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긴 했으나 유권자들의 여당 견제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출구조사에서 한나라당에 비해 상당한 의석 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오는 것을 보니 실감이 안 난다”고 언급.

○…자민련은 각 방송사의 출구조사에 이어 개표방송에서도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나자 경악에 가까운 반응. TV방송 직전 간간이 흘러나온 출구조사에 대해 “아마 잘못 알려졌을 것”이라고 애써 반응을 삼가던 당직자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아예 말을 잇지 못했다.

지하 1층 선거상황실에서 TV를 지켜보던 조부영(趙富英)선대본부장 등은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며 당혹스러운 표정.

그러나 한 당직자는 충청권의 ‘수성’ 실패는 JP와 자민련의 그간 행보에 대한 불만, 그리고 민주당 이인제선대위원장이라는 ‘대안’의 부상을 패인으로 지적.

○…민국당은 이날 오후6시 투표가 끝나자마자 일제히 보도된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지역구 당선자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자 초상집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침울한 분위기. 특히 선전을 기대했던 부산 등 영남권 후보가 전멸하자 개표상황을 지켜보던 당직자들은 몹시 허탈해하는 표정.

장기표(張琪杓)선대위원장은 “이거 미안하고 할 말이 없어서…”라고 말끝을 흐렸고 전국구 3번인 김상현(金相賢)최고위원은 “전국구 입성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우선 밥이나 먹고 나서…”라고 말하며 서둘러 당사를 떴다.

○…한국신당은 충남 보령-서천에 출마한 김용환(金龍煥)중앙집행위의장 외에 다른 후보들의 전과가 모두 미미하자 “특별히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다”면서도 아쉬워하는 표정.

당의 한 관계자는 “김고성(金高盛·충남 연기) 이상만(李相晩·충남 아산)의원 등 현역의원이 출마해 적어도 2, 3석은 건질 것으로 봤다”고 언급.

○…서울에 45명, 인천에 1명 등 모두 46명의 후보를 출정시킨 청년진보당은 모든 후보가 당선권에서 멀어지자 “이번 총선에서는 당선보다는 진보정치의 실체를 알리는 것이었다”며 자위.

최혁(崔赫)대표 등 지도부는 이날 중앙당에서 회의를 갖고 향후 당을 어떻게 꾸려나갈지를 논의. 현재로서는 정당해산요건(총 유효득표수가 전국 평균득표수의 3%에 미달하거나 지역구 당선자가 한명도 없을 경우)에 해당돼 해산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재창당 등을 통해 진보정치를 계속 추구한다는 방침.

<양기대·박제균·이철희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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