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총선]흑색선전-매터도 기승…"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 입력 2000년 4월 4일 19시 54분


‘4·13’ 총선을 9일 앞두고 후보들의 각종 신상정보가 공개되는가 하면 총선연대의 낙선운동 대상자 명단이 발표되면서 각종 흑색선전과 매터도가 난무하는 등 혼탁양상이 점점 극심해지고 있다.

▼ "金대통령은 욕심쟁이" 험담 ▼

○…선관위를 통해 각 가정으로 배달되고 있는 선거공보 중에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자극한 내용이 포함돼 있는 등 문제사례가 발견돼 눈살.

서울 도봉을의 무소속 최순자(崔順子)후보는 선거공보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해 “인간이 아닌 욕심덩어리”, 호남인에 대해 “고약한 호남정서를 드러내는 나쁜 근성”이라는 등 원색적으로 험담.

이 지역의 타 후보측은 “가정에 배달되는 선거공보 내용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항의하고 있으나 선관위측은 “선거공보의 경우 선관위는 후보가 제출한 것을 발송만 할 뿐 내용은 보지 않는다”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

선거법에 따르면 선관위는 공보 내용에 문제가 있으면 사후 제재는 가능하나 사전에 이를 심사할 권한은 없다는 것.

○…후보 납세 병역 등 신상공개에 편승해 후보 사생활에 관한 매터도와 흑색선전도 기승. 경기 의정부의 민주당 문희상(文喜相)후보는 “최근 ‘문후보가 돈이 없으니 후원금을 내달라’는 전화가 일반 유권자들에게 걸려오는 등 선거운동을 가장한 방해 공작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주장.

이혼 경력이 있는 서울의 한 후보는 상대측이 “아내를 때렸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바람에 골치를 앓고 있고 경기 평택에서는 유령단체 명의로 “모 후보가 엄청난 축재를 했다”는 내용의 흑색선전물이 각 가정에 대거 발송돼 경찰이 수사.

경기 의왕-군포의 한나라당 김부겸(金富謙)후보는 “민주화운동을 하다 투옥돼 군대도 면제됐다는 사실은 간 데 없고 ‘전과자, 병역 면제자가 어떻게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느냐’는 매도만 난무한다”고 한탄.

▼ 군복입고 군가맞춰 운동 ▼

○…여당후보와 무소속후보간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광주 남구에서는 후보자 병역문제 등을 둘러싸고 연일 치열한 공방. 민주당 임복진(林福鎭)후보측 선거운동원들은 무소속 강운태(姜雲太)후보가 군대에 갔다 오지 않은 점을 겨냥해 4일부터 선거유세장마다 군복을 입고 ‘진짜사나이’ 등 군가에 맞춰 선거운동을 전개.

이에 강후보측은 “임후보가 80년 5·18 당시 현역군인이었던 점을 알리기 위해 유세 때마다 5·18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하겠다”고 맞대응.

▼ 선거부정 감시카메라 동원 ▼

○…대구시선관위는 대구산업정보대 계명문화대 등 지역 내 5개 대학 사진(영상)학과의 협조를 얻어 학생 400여명이 선거운동기간에 불법선거운동 장면을 카메라에 담게 하는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선거부정을 감시.

대구시선관위는 초중고교생 300여명에게 합동연설회 등을 참관케 해 후보와 유권자들이 이들의 ‘눈길’을 의식하게 하는 방법도 동원하고 있는데 선관위 관계자는 “‘감시카메라’와 청소년들의 눈길이 많아서인지 후보들의 탈불법 활동이 상당히 줄었다”고 설명.

<윤승모기자·대구·광주〓선대인·주성원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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