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전국구 '돈 냄새'…의혹 공방 가열

  • 입력 2000년 3월 29일 19시 46분


▼각당 上位 순번인사 수십억원대 재력가▼

각 당 전국구 비례대표 공천과정에서 막판에 상위 순번에 낙점된 인사들은 어김없이 수십억원대의 재력가여서 ‘돈’과 ‘공천’의 함수관계에 대한 뒷공론이 무성하다.

○…설왕설래 속에 민국당 비례대표 1번으로 선정된 강숙자(姜淑子)양산대교수가 신고한 재산은 91억9700만원.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민국당은 공천헌금을 낼 수 있는 재력가 3, 4명을 대상으로 그동안 물밑교섭을 벌인 끝에 강교수 영입에 성공한 것.

당 안팎에선 “당 형편을 감안할 때 당선이 예상되는 비례대표 1번이면 수십억원은 내야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들이 공공연히 오가고 있다.

○…자민련 비례대표 상위순번 영입자들의 신고 재산도 수십억원대 이상. 2번에 배치된 조희욱(曺喜旭)㈜MG하이테크대표는 87억3997만원을, 역시 당선 안정권으로 보는 5번에 배치된 안대륜(安大侖)동진그룹회장은 200억6390억원을 등록.

조씨의 경우는 연초부터 비례대표 상위 순번자로 정해졌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당내에서는 두 사람이 쪼들리는 당 살림에 적지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지역구 공천에서 탈락했다 비례대표 3번을 받은 김종호(金宗鎬)의원도 어떤 식으로든 당 재정에 기여해야 할 판. 그가 등록한 재산은 20억4500만원이다.

○…공식적으로 “돈을 목적으로 한 공천은 없다”고 선언한 한나라당은 309억2900만원의 재산을 신고한 신영균(申榮均)의원(5번), 84억8600만원의 신고한 김정숙(金貞淑)의원(13번), 45억원을 신고한 황승민(黃勝敏)의원(18번) 등을 당선 안정권에 배치, 눈길을 모았다.

○…민주당은 신영균, 김정숙의원을 예로 들며 한나라당에 대해 연일 돈 공천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야당에 비해 재정상태가 나은 민주당의 외부영입 전국구 상위순번에서는 33억1479만원을 신고한 박상희(朴相熙)전중소기협중앙회장(9번) 외에 재력가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윤영찬·김명남기자>yyc11@donga.com

▼"돈받고 공천 팔았다"…여야 상대黨 헐뜯어▼

각 당이 29일 전국구 비례대표 후보 등록을 모두 마쳤으나 ‘돈 공천’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가열되는 등 여진(餘震)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전국구 돈 공천 의혹을 연일 집중 제기하고 있다. 김한길선대위대변인은 이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이총재 부인이 주도한 전국구 공천이 돈으로 얼룩졌다는 징후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며 “상위 순번 8명의 공식 및 비공식 헌금합계만 100억원대에 이른다는 야당 내의 설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도 “이총재가 돈 공천에 연연하는 것은 이번 총선에서 차기대권도전 자금을 비축하려 하기 때문이라는 게 탈락자들의 불만”이라며 “만약 돈이 오간 게 밝혀지면 이총재가 책임져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돈 공천의 원조인 민주당이 우리 당의 돈 공천을 주장하는 것은 애완견도 웃을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원창(李元昌)선대위대변인은 “평생 직장이 없었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경기 일산 신도시에 대저택을 짓고 아태재단과 호화가족묘를 만든 것이 어떤 돈으로 이뤄진 것인지 알 만한 국민은 다 안다”고 역공을 취했다.

자민련 내에서는 당내 불만이 터져 나왔다.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의 처남인 박준홍(朴埈弘·전국구 14번)당무위원이 개인성명을 내고 “전국구 후보선정을 둘러싸고 당내 동지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며 “후보선정 책임자는 당원들에게 속죄하고 즉시 당을 떠나라”고 주장했다.

또 돈 공천으로 자금사정이 나아졌다는 소문이 돌면서 자민련 중앙당사에는 선거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지구당위원장들의 발길과 전화가 줄을 잇는 진풍경도 나타났다.

민국당은 최근 선관위로부터 선거보조금(14억원)과 비례대표 배정 후 들어온 특별당비 덕분에 이날 후보 124명 전원에게 1인당 2000만원씩 약 25억원의 등록비를 중앙당에서 일괄지급하고 4억원의 비용을 들여 방송연설도 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총선연대는 여야의 전국구 배분이 비례대표 도입취지에 맞춰 개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민주당 4명, 한나라당 12명 자민련 2명, 민국당 2명 등 모두 20명의 전국구 후보에 대한 공천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