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協 무더기 입당]이익단체 사실상 정치참여 파문

  • 입력 2000년 3월 16일 19시 35분


박상희(朴相熙)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 등 중기협 간부 386명의 집단 민주당 입당을 둘러싼 논란의 줄거리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법적 문제. 물론 박회장 등은 실정법에 전혀 저촉될 일이 없다며 “입당 전 선관위의 유권해석까지 받았다”고 주장한다. 민주당도 “중기협 임원들이 ‘개인 차원’에서 입당한 것으로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따라서 신종 관권 선거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선관위측 견해는 반드시 이같은 주장과 일치하지 않는다. 중앙선관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16일 “정당법이나 선거법상으로는 입당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현행 정당법에는 공무원 교원 등을 제외하고 누구든지 정당 입당이 허용된다. 따라서 박회장의 입당을 위법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이 관계자의 얘기.

문제는 박회장 등의 경우 정당법이나 선거법만 가지고 사안의 당 부당을 판단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우선 현행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는 ‘조합 중앙회는 정치 행위를 할 수 없다’(7조2항)고 규정돼 있고 정관에도 ‘본회는 정치에 관한 모든 행위를 할 수 없다’(3조2항)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회장 등 입당자들은 ‘어디까지나 개인 자격’임을 주장하지만, 중기협법과 정관의 취지나 제정정신과는 어딘가 거리가 있는 주장이라는 것은 ‘통념(通念)’의 범주에 속하는 일. 선관위 고위관계자도 “중기협법에 정치활동이 금지돼 있어 중기협 임원들의 정치활동의 위법성 여부는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그 문제는 선관위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이나 중기협 관할 부서에서 유권해석을 내려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이들의 경우에는 회장직이나 조합장직 등 현직을 고스란히 가진 채 정당 활동을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 대목에 대해 입당자들은 ‘조합의 일은 중립적, 정당 활동은 사적(私的)차원’이란 논리를 제기하나 이 또한 설득력에 한계가 있음은 물론이다. 또 오는 28일 이후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갈 경우 또다른 선거법상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는 사안이다.

법적으로야 어떻든 정치적인 측면은 또다른 문제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이를 신 관권선거라고 비난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중기협이 정부예산 지원을 받는 이익단체인데다 입당과정에서 중기협 임원들이 여측의 압력을 받았다는 얘기가 중기협 내부에서 나오는 실정은 이 사안에 내포된 문제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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