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베를린 선언' 95년 YS와 묘한 '우연의 일치'

  • 입력 2000년 3월 9일 19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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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수레바퀴는 돌고 도는가.’

북한의 경제 회복을 지원하겠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95년 3월 당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베를린선언과 여러모로 흡사하다. 집권 2년차를 지나는 시점과 통일국가를 이뤄낸 독일의 베를린이라는 장소, 대북 지원과 협력 의사를 강조한 제의 내용 등 놀랄만큼 유사점이 드러난다.

YS는 95년 3월7일 베를린 황태자궁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우리는 북한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그 어떤 분야에서도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에 곡물을 비롯해 필요한 원료와 물자를 장기저리로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었다. 이 같은 곡물제공 용의표명은 95년6월의 쌀 15만t(1850억원) 대북지원으로 이어졌다.

물론 차이점도 없지는 않다. 당시 YS의 경우 북한의 핵개발 위협과 이인모(李仁模)씨 송환을 둘러싼 논란으로 대북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많았고 북-미, 미일 관계도 지금과 달랐다. 그 후 YS의 대북정책이 ‘오락가락’하게 된 것은 베를린선언에 이어 조급하게 추진한 쌀회담의 실패로 빚어진 씨아펙스호 인공기 게양사건(95년6월29일), 삼선비너스호 선원억류(95년8월2일) 등이 결정적 이유였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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