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1與3野구도]"누가 적이고 누가 동지냐?" 고민

  • 입력 2000년 2월 27일 19시 44분


민국당의 등장으로 선거구도가 종전 ‘DJ 대 반(反)DJ’에서 ‘반 이회창(李會昌)’ 양상까지 가세해 다기화하면서 각 당은 권역별로 주적(主敵), 차순위 적(敵), 적같은 동지 등을 어떻게 설정할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수도권의 경우 대체로 민주당과 한나라당 간에 주 전선이 형성될 것이 분명하며, 따라서 양당은 피차 주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후보 개인별 기반에 따라 자민련과 민주당, 민국당과 한나라당 간에 벌어질 틈새전투도 만만치 않을 전망.

자민련은 충청 출신 표의 결집을 유도하기 위해 민주당에 대한 공격을 통해 ‘야당선언’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나갈 공산이 커 민주당을 주적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민국당은 한나라당을 주적으로 삼아야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

역으로, 한나라당으로서는 민국당의 표잠식을 극력 경계해야 할 입장. 그러나 민주당은 27일 김한길선대위기획단장이 나서 “민국당의 출범에 대해 긍정평가하는 여론이 점증하는 추세”라며 은근히 민국당을 띄워주는 상황이다.

민국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우리로선 한나라당에 대한 공세가 자칫 ‘2중대’시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따라서 우리의 1차적인 공격목표는 민주당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

○…충청권은 자민련 민주당 한나라당 간에 3각 혼전이 불가피한 지역. 민주당 측에선 “어차피 지역 강자인 자민련을 주적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이 논산-금산에 출마하기로 한 것도 그런 의지표현의 일환.

민주당 선대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자민련 공격 전략을 택하기는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충청 지역은 ‘자민련 대 여타정당’의 대결구도로 선거분위기가 잡혀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영남권은 한나라당과 민국당 간에 주 전선이 형성될 지역.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민국당이 후보를 내도 일부 지역구에서 표를 분산시키는 정도지 한나라당과 대등한 대결을 펼치기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국당 바람’도 만만치 않아 전투상황은 뜨겁게 전개될 전망.

한나라당은 이같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영남에서 오히려 민주당을 주적 또는 차순위 적으로 부각시켜, 선거전을 ‘DJ 대 반DJ’로 이끌려 할 것 같다. 영남권 전황에 따라 민국당의 승패여부는 물론 전국적인 선거판세가 좌우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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