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위 '부적격명단'파장]"선동행위다" "어떻게 막나"

  • 입력 2000년 1월 12일 19시 02분


‘공천 부적격자 명단 공개’가 국회의원들을 큰 혼란 속에 몰아넣은 느낌이다. 경실련의 ‘명단 공개’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12일 열린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의원들이 보인 모습도 이같은 인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회의에서 의원들은 “혹세무민하는 선동행위다” “정치적 견해의 공표를 어떻게 막느냐”는 등 엇갈린 의견을 내세우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국민회의 김충조(金忠兆), 자민련 박신원(朴信遠), 한나라당 백남치(白南治) 이해봉(李海鳳) 전석홍(全錫洪)의원 등은 시민단체를 격렬하게 비난한 대표적 의원들.

“경실련 등의 행위는 민주주의 기본을 뒤흔드는 만행”(백의원), “이런 문제 때문에 정치권이 쑥밭이 되면 선거관리가 어려워진다”(김의원), “시민단체의 행위는 국민주권의 침해”(박의원), “시민단체가 단순한 사실제공이 아닌 가치판단을 개입시켜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불법”(이의원)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

반면 국민회의 이상수(李相洙)의원은 “시민단체가 직접 정치개혁에 나서겠다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며 “모든 시민단체들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원복(李源馥)의원도 “시민단체도 정치인에 대해 평가할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겸허한 자세로 이들의 주장을 법개정에 반영하는 등의 개혁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 그러나 이들도 경실련의 명단 선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데는 이론이 없었다.

이원복의원은 “시민단체 중 일부는 자기 단체에 잘 오는 의원은 봐줘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한다고 한다”며 “명단 발표에 앞서 내부 총의 수렴 절차를 거쳤는지 자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수의원도 “시민단체가 ‘도덕적 우위’를 믿고 잘못 칼을 휘두르면 엄청난 파장이 온다”고 우려했다.

◆"위법제재 불가피" 한목소리

○…명단공개 행위가 현행법에 저촉되는 것으로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데도 의원들의 견해가 일치. “선거일 180일 전부터는 후보자를 지지 추천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인쇄물을 배부 살포할 수 없다”는 선거법 93조와 “노동조합을 제외한 단체는 그 명의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선거법 87조 위반에 해당된다는 것.

그러나 선관위는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손석호(孫石鎬)사무총장은 “경실련의 행위는 유권자가 아닌 언론기관을 상대로 한 것이었고 ‘공천반대’ 형식이 아니라 ‘공천참고자료’를 전달하는 방식이어서 그 위법 여부는 17일 선관위원 전체회의에서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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