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총선 다 망친다"…국민회의 위기감 확산

  • 입력 1999년 12월 1일 19시 19분


“이대로 가면 수도권에서 4분의1 의석도 건지기 힘들다. 심지어 호남도 무소속이 상당수 당선될지 모른다.”

잇따른 악재로 민심이반이 가속화하면서 국민회의 내에서는 내년 총선에 참패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위기의 현실▼

최근 경기 화성군수 보궐선거 현장에 다녀온 한 국민회의 당직자는 “도대체 국민회의는 말을 할 수 없는 분위기”라며 고개를 저었다. ‘옷사건’ 등도 문제지만 서경원(徐敬元)전의원 밀입북사건 재수사에 대해 “간첩을 영웅시하는 거냐”, “당선됐으면 그만이지 무엇하러 10년전 사건을 들추는 거냐”는 등 냉소적 반응이 대세였다는 것.

충청지역의 한 지구당위원장은 “‘자민련은 존재도 없고 호남출신 정권주류들이 말썽을 일으켜 문제’라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DJ〓호남’이라는 인식이 더 강화되면서 ‘반작용’이 심상치 않다는 것.

영남에선 “정형근(鄭亨根)의원에 대해 사법처리를 강행하면 지역에선 정의원이 영웅이 될지 모른다”(노무현·盧武鉉부총재)는 우려가 나올 정도.

호남은 호남대로 “도대체 이 정부는 확실하게 처리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는 것. 호남출신 한 의원은 “DJ의 취약한 리더십에 대한 실망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야당지지로 반전된 것은 아니지만 무소속 강자가 나오면 상당한 표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력감 팽배▼

국면전환의 ‘묘책’이 없는데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모든 것을 걸고’ 추진 중인 신당도 별로 뜨지 않는 분위기. 당내에선 오히려 “관건은 총선 물갈이인데 똑같이 50%를 물갈이해도 국민회의가 하면 ‘그렇게 많이’라는 소리를 듣지만 신당은 ‘그것밖에’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라는 비관론만 나온다.

일각에서 서경원전의원 사건 재수사 중단, 정형근의원 고소취하 등 ‘과거불문(過去不問)’을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그동안 너무 나가는 바람에 지지자들에게 또다른 실망만 증폭시킨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옷사건’ 수사도 연내에 마무리한다고 하지만 향후 재판절차 등이 있기 때문에 내년 총선까지 여진(餘震)이 계속될 가능성이 큰 상황. 오죽하면 “총선 때 우리가 내세울 구호는 ‘호남위기론’이든 ‘경제위기론’이든 ‘위기론’밖에 없다”는 소리도 무성하다.

▼원인과 대책▼

최근 여권 인사들은 위기의 근본원인으로 ‘김대통령의 리더십’을 집중 지목한다. 한 중진의원은 “‘동서화합형 정계개편’ ‘정치개혁’ 등 말을 앞세웠다가 실행이 뒷받침되지 못해 스스로 신뢰성 상실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을 대행체제로 내버려둔 채, 청와대가 모든 것을 독점하는 ‘1인중심 국정운영’스타일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며 “그토록 고집셌던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15대 총선을 앞두고 뒷전으로 물러나 모든 건의를 수용했듯이 김대통령도 열린 마음으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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