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공개 신동아 로비시도 내용]

  • 입력 1999년 11월 28일 19시 56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7일 아침 가칭 ‘새천년 민주신당’ 창당준비위 지도부와 조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옷로비의혹사건’과 관련해 자신이 파악하고 있는 신동아그룹측의 로비 시도 내용을 공개했다. 다음은 민주신당 김민석(金民錫)대변인이 전한 김대통령의 발언 내용.

“본질적으로 ‘옷로비사건’은 실패한 로비사건이다. 신동아측이 거대한 재력과 인맥을 동원해 집요한 로비를 펼치려다 실패했다. 나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교계의 지도자들까지 동원해 면회를 신청하고 선처를 부탁했지만 만나지도 않았다. 교계지도자들도 신동아가 부실한 줄 모르고 순수한 마음에서 부탁했을 것이다. 집사람(이희호·李姬鎬여사)에게도 갖은 방법으로 접근하려고 했지만 일체 차단했다. 검찰에도 온갖 공작을 펼치려 했지만 결국 검찰은 최순영(崔淳永)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금융감독위원회 역시 모든 로비를 막아내고 성공적으로 신동아의 재생작업을 펼치고 있다. 명확한 사실은 로비는 실패했고 돈을 주고받은 것은 없다는 점이다.

문제는 공직자 남편을 둔 부인이 비싼 옷 산 것을 감추려다 일이 이렇게까지 됐고, 검찰과 사직동팀에서 철저하게 규명하지 못한 것이다. 철저하게 규명을 못했는지, 일부러 봐줬는지는 앞으로 수사를 통해 밝힐 것이다. 처음부터 ‘사실은 이러했는데 단순하게 감추려다보니 이렇게 됐다’고 밝혔으면 됐을 일이다.

다만 대통령에게 보고된 문서가 유출되고 심지어 피의자측에까지 전달된 것은 이해할 수도, 용납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미 관계장관에게 철저한 규명을 지시했고, 추호의 주저없이 사실대로 밝히고 법대로 처리할 것이다. 신동아 사건 역시 본질적으로는 과거 정권이 저지른 잘못을 우리가 맡아 처리하는 것이다. 대우가 그렇고 재벌개혁도 그렇다. 한나라당 집권 때 망쳐놓은 일을 우리가 지금 공격을 받으면서 처리하고 있다.

나는 하늘이 무너져도 바른 대통령을 할 것이다. 부조리한 일에 가담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양심을 갖고 나아가면 집권 과정에서 다소의 문제가 있어도 헤쳐 나갈 수 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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