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뇌부 전격경질]총선대비 조직 조기정비

  • 입력 1999년 11월 12일 23시 32분


정부가 12일 김광식(金光植)경찰청장을 전격적으로 경질한 것은 일단 행정자치부의 설명대로 인천호프집 참사사건에 대한 문책성인사로 풀이된다.

인천호프집 참사사건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유흥업소업주와의 유착비리 등 최근 잇달아 드러난 경찰관들의 수뢰사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이완된 기강을 바로 잡으려는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청장 자신도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55명이 사망한 인천호프집 참사사건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사는 내년 4월의 총선을 겨냥한 인사포석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경찰 정기인사를 관례대로 내년 1월이나 2월에 할 경우 승진에 따른 지방경찰청장과 일선 경찰서장의 전보인사가 3월말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어 정부로서는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경찰 조직을 흔들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된다는 것.

따라서 정부가 재임기간이 10개월밖에 안된 김청장을 전격경질한 것은 군 인사를 앞당긴 것과 같은 맥락으로 올해 안에 경찰인사를 마무리 지어 이같은 부담을 털어내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가 서울지방경찰청장에 경찰내부의 예상을 깨고 이무영 신임경찰청장보다 간부후보 3년 선배인 윤웅섭(尹雄燮)경기지방경찰청장을 승진, 내정한 것은 경찰 조직을 크게 흔들지는 않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경찰내부에선 이무영씨의 청장 기용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씨는 ‘실체청장’인데다 경찰수사권 독립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어 자치경찰제 실현에 적임자로 기대를 받고 있다. 이번 경찰청장 교체로 이달말까지 치안감과 총경인사 등 경찰수뇌부의 대규모 연쇄인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후속 인사를 통해 자리를 바꾸는 지방경찰청장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지방경찰청장은 총선때까지 현재의 자리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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