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간담회]"與野주장 동등배정 공정보도 아니다"

  • 입력 1999년 11월 2일 20시 25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2일 ‘언론대책문건’ 사건에 대한 입장과 대응방안을 밝히는 기자간담회에서 언론관의 일단을 밝혔다.

이총재는 “여야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지면이나 방송시간을 동등하게 배정하는 것이 공정한 보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야당이 언론에 대해 불평한다고 할지 모르나 과거 민주화투쟁 시절에는 야당의 목소리가 과해도 언론이 이를 반영했다”면서 “야당입장에서 현 상황은 민주화된 분위기에서 교묘하게 언론탄압이 진행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총재는 이어 “정권이 언론에 겁을 줘 제대로 못쓰게 하면 누가 정권을 감시하겠느냐”면서 “(언론자유를 지키겠다는)야당의 진실한 시도와 어려움을 북돋워주고 더 넓게 알려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견에서 미국 홈스판사의 유명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홈스판사는 퇴직 후 “산술적 평균으로 판결하는 것이 공정한 재판이라고 생각했으나 약자와 억압받는자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정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약자를 위해 그들의 입장을 더 고려한 판결을 했어야 했다”고 술회했다는 것.

―‘언론대책문건’ 사건의 실체를 무엇이라고 보는가.

“사건의 본체는 현 정권이 언론장악음모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형근(鄭亨根)의원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결정적인 문건을 공개했다. 언론사에 대한 압박과 언론사주 구속은 통치권 차원의 결단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언론장악음모가 통치권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강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다.”

―국정조사가 안되면 장외투쟁에 나설 것인가.

“우리도 국회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이 국정조사 요구를 거부하고 사건을 계속 왜곡하면 국민에게 직접 알리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다.”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기자와의 관계는….

“97년 대선 때 출입기자로 아는 정도다. 지난달 28일에는 긴히 할 얘기가 있다고 해 이기자를 만난 것이다. 내가 이기자로부터 문건을 직접 건네받았을 것이라는 여당의 주장은 모략이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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