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문건파문]정형근의원 책임회피로 黨내부서 비판받아

  • 입력 1999년 10월 29일 20시 09분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은 25일 ‘언론대책문건’을 폭로하면서 문건작성자로 이강래(李康來)전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목했다.

그러나 이틀 뒤인 27일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가 문제의 문건을 작성, 이종찬국민회의부총재에게 팩스로 전송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정의원은 “이전수석은 이부총재와 한 팀을 이뤄 보고서를 만든다”고 물러섰다.

28일 저녁에는 이도준(李到俊)기자가 정의원에게 문건을 전달한 제보자로 밝혀지자 정의원은 “이기자로부터 이전수석이 문건을 작성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모든 책임을 이기자에게 돌렸다.

옛 안기부의 요직을 두루 거친 정의원의 ‘탁월한’ 정보수집능력을 믿었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과정을 지켜보며 낙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기자로 부터 문건을 입수한 뒤 ‘추가 확인’을 거쳤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정의원은 묵묵부답이었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정의원에 대한 직격 발언은 자제했지만 “그렇게 문건을 건네면서 말한 기자도 문제지만…”이라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한 의원도 “실체확인없이 유도성 질문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려 했던 정의원의 태도에 대한 비난은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폭로 당시부터 제보자를 밝힐 수 없다던 정의원은 나흘 만에 제보자의 신원을 전격 공개했다.

정의원은 “이기자가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자신이 제보자라고 밝혀온데다가 이기자가 여권의 공작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배경을 밝혔지만 당내에서는 “뒤늦게 궁지에 몰리니까 제보자를 공개하는 것으로 비치지 않겠느냐”는 비판도 무성하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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