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당직개편/金대통령 구상?]힘-대화 병행포석

  • 입력 1999년 7월 12일 19시 25분


이번 국민회의 당직개편 내용에서 엿볼 수 있는 정치적 의미는 우선 ‘당을 정치의 중심에 서게 하겠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의도다.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 임채정(林采正)정책위의장 김옥두(金玉斗)총재비서실장 등 신임이 두터운 실세들의 전진배치는 이같은 김대통령의 의도에 따른 포진으로 해석된다.

이는 김대통령이 청남대에서 가다듬은 ‘당의 역할 강화’라는 구상을 실현한 것이다. 물론 8월 전당대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과도기 성격의 ‘관리형’ 체제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대과(大過)가 없는 한 새 지도부가 전당대회 이후에도 존속하리라는 전망이 현재로서는 대세다.

김대통령은 이번 친정체제 강화를 통해 전면개각으로 면모를 일신한 내각과 더불어 ‘집권2기’의 개혁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 지도부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정치개혁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떠맡았다. 이번 인선의 배경에는 또 대야(對野)관계를 포함한 정국 운영에서도 ‘대화’와 함께 ‘힘’에 의한 전략을 병행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듯하다.

좀더 내용을 살펴보면 지향점이 뚜렷해진다.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의 기용 대목이 특히 그렇다. 이대행 기용의 의미는 ‘전국 정당화 의지’라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이대행을 임명함으로써 호남 일색인 실세당직자들의 지역편중 현상이 다소 희석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대행의 등장을 ‘동진(東進)정책’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더욱 많다.

신임 한화갑총장이 오랫동안 영입을 위한 물밑작업에 주력해왔다는 사실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이번 인사에서 이대행과 함께 영입파들을 대거 중용한 것도 의미있는 대목이다.

김대통령이 새 지도부에 대해 가깝게는 전당대회, 멀게는 내년 총선 때까지 국민회의의 ‘세 불리기’와 전국 정당화의 기초를 다지는 임무를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대행 임명과 관련해 또 한가지 주목할 만한 일은 김대통령이 8월 내각제 담판을 앞두고 자민련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 나갈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이대행이 JP와 껄끄러운 사이라는 것은 이미 공지의 사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어차피 내각제 문제는 김대통령과 JP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자민련은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또 이런 사정을 아는 김대통령이 이대행을 임명한 것을 놓고 이대행을 내세워 내각제 문제를 정면돌파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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