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차관급회담]北 준비된 성명낭독후 일방퇴장

  • 입력 1999년 7월 1일 23시 13분


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남북 차관급회담 2차회담은 지난달 26일 끝난 1차회담 때보다는 다소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으나 소득은 없었다.

…이날 회담은 오후4시(한국시간)부터 1시간반 동안 진행. 오후5시15분경부터는 우리측 양영식(梁榮植)수석대표와 북한측 박영수(朴英洙)대표단장이 다른 대표들을 회담장 밖으로 내보낸 채 10여분간 단독 대좌.

이 때문에 회담장 주변에서는 남북이 이산가족문제에 대한 카드를 다 내놓고 뭔가 절충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기대 섞인 관측이 나돌았으나 얼마 안 있어 박단장이 굳은 표정으로 회담장을 떠나면서 분위기가 반전.

○…수석대표 접촉에서 박단장은 미리 준비한 성명을 꺼내 들고 ‘월간조선’ 7월호가 다룬 황장엽(黃長燁)전 북한노동당비서의 인터뷰기사가 북한 최고지도부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비난.

박단장이 성명 낭독을 마친 뒤 양수석대표는 “남북대화의 대표간 비공개접촉에서 이런 전례는 없었다”며 “일방적으로 성명만 읽을 게 아니라 이산가족문제 등 기본의제에 대해 협의를 해야 할 게 아니냐”고 지적.

그러나 박단장은 전화접촉을 통해 다음 회담 일정 등을 논의하자는 말을 남기고 곧바로 퇴장.

○…이에 앞서 박단장은 차이나월드 호텔의 회담장에 도착해 “오늘은 좋은 소식을 기대해도 좋으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밝은 표정으로 “기다려 보십시오”라고 답변.

그러나 권민 대표는 “한국 정부가 이산가족문제 논의의 실질적인 진전이 있기 전에는 비료 추가지원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혹시 (남북간 사전 비공개접촉에서 작성된) 합의서 내용을 아느냐. 합의서에 보면 대답이 명백히 나와 있다”고 응수, 무조건 비료지원을 요구할 것임을 시사.

○…양수석대표는 박단장과 악수를 나눈 뒤 “가물어 메마른 땅에 단비가 촉촉이 내리듯 이산가족문제도 잘 풀리고 비료도 잘 가게 됐으면 좋겠다”고 인사.

이에 박단장은 “최근 남쪽에서 불길한 소식이 많이 들리는데 그같은 것들이 회담에 영향이 없기를 바란다”고 언급.

그는 또 사진기자들이 양수석대표와 악수하는 포즈를 한번 더 취해달라고 요청하자 “사진을 찍어서 잘 될 것 같으면…”이라고 말하면서 거부.

한편 양수석대표는 회담에 앞서 “1차회담을 끝으로 남북 양측의 ‘샅바싸움’은 끝났다”며 “북한측 태도에 변화가 없을 경우 장마처럼 지루하게 길어지는 회담을 하지는 않겠다”고 단언.

〈베이징〓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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