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양기대/뒷북치는 與 소장의원들

  • 입력 1999년 6월 30일 11시 27분


국민회의 소장파 의원모임인 ‘21세기 푸른정치모임’은 28일 최근의 정국상황에서 제 역할을 못한 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당 안팎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신기남(辛基南) 추미애(秋美愛) 정동영(鄭東泳) 정동채(鄭東采) 유선호(柳宣浩)의원 등 이른바 당내 ‘스타군단’이라는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들은 ‘고급옷 로비의혹사건’과 ‘조폐공사 파업유도의혹사건’ 등으로 여권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하자 ‘때는 왔다’는듯 뒷북을 치고 나섰다.

성명서 내용도 대부분 수사(修辭)에 그친데다 구체적인 행동계획도 보이지 않았다. 당 안팎에서는 “대(對) 언론용의 ‘정치쇼’가 아니냐” “내년 총선을 겨냥한 얼굴 알리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무성했다. 오죽하면 푸른정치모임 소속의 한 의원이 “우리의 존재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조적인 표정을 지었을까.

실제로 모임 소속 의원 중 상당수는 당직을 갖고 있어 ‘옷사건’ 등 일련의 현안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였으나 위기정국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들도 당 안팎의 비판을 의식한 듯 성명을 발표한 후 “제 때에 할 말을 다하지 못한 ‘부끄러운 자화상’에 대한 신랄한 자기비판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이 ‘푸른 정치’를 모임명으로 내세운 데는 오랜 정치경륜을 쌓은 원로 중진으로서는 보여주기 어려운 ‘참된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번의 성명 해프닝은 ‘낡은 정치’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양기대〈정치부〉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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