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정치단]與 『기능통합 문제안돼』 반박

  • 입력 1999년 6월 29일 19시 30분


국가정보원의 ‘정치단’과 ‘언론단’ 신설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는 29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야당 죽이기’를 위한 정치공작 준비라고 강력 반발한 반면 청와대와 국민회의는 국정원의 부인 논평을 내세우며 “문제삼을 일이 못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여당 일각에서도 정치단 언론단 신설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29일 주요당직자회의를 열어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철저히 따져 나가기로 결정했다.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는 “햇볕정책은 엉망으로 하면서 국정원이 정치사찰과 탄압을 해서야 되겠느냐”고 비난했다. 이총무는 해외출장 중인 국회정보위의 여야간사단에 대해 조속히 귀국할 것을 종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를 위해 총무회담을 열겠다”고 말했다.

정보위소속 박관용(朴寬用)의원은 “정보위 여야 간사단이 귀국하는 대로 정보위 소집을 공식 요구해 국정원의 조직개편내용을 주요 의제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언론단 신설을 부인한 천용택(千容宅) 국정원장의 정보위 답변과 관련, “답변의 위증여부도 가리겠다”고 다짐했다.

○…청와대는 이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다만 국정원의 조직개편 동기가 순수한 것일 뿐 정치공작 등 권위주의정권 시절의 악습을 되풀이할 의도가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동종업무의 기능이 수집과 분석 등으로 구분돼 있어 유기적인 활동이 힘들었다는 판단에 따라 이같은 기능을 통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야당의 주장은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국민회의는 일단 “국정원의 정치단 신설이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사실이라면 잘못된 일”이라며 당혹스러워했다.

한 고위당직자는 “최근 천원장을 만났을 때 국정원의 정치활동 강화여부를 묻자 천원장이 펄쩍 뛰면서 부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른 핵심 당직자는 “여권 내에선 그동안 대언론 및 대야 관계가 취약하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국정원이 언론단이나 정치단을 신설했다면 이런 지적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자민련은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으나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영수(韓英洙)부총재는 “국정원은 국정원이 왜 필요한지를 유념하고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고 김종학(金鍾學)의원은 “대공정보 수집 등이 국정원의 주요업무인데 정치단은 무엇이고 언론단은 또 뭐냐”고 개탄했다.

〈최영묵·윤승모·이원재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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