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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22일 2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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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상에서 남북간에 교전사태가 벌어지는가 하면 그 여파로 중국 베이징(北京) 남북 차관급회담도 겉돌고 있다. 게다가 현 정부가 ‘햇볕정책’의 가장 큰 성과물로 꼽고 있는 금강산 관광사업마저 북한 당국의 관광객 억류사건으로 그 전도(前途)가 혼란스럽다.
사실 3일 남북 당국자들이 차관급회담을 재개한다는 합의문에 서명했을 때만 해도 국민은 오랫동안 교착상태에 빠졌던 남북대화에 상당한 진전이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그러나 합의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인 15일 남북 함정간에 총격과 포격을 주고받는 교전사태가 발생해 수십명의 사상자를 냈다.
서해교전사태는 남북 차관급회담에 곧바로 악영향을 미쳤다. 22일 베이징에서 얼굴을 맞댄 양측 대표단은 기조연설문을 각각 낭독한 뒤 자신들의 주장만을 되풀이하다 1시간반만에 회담을 마쳤다.
또 남북간의 기류변화와 무관하게 꾸준히 진행돼온 금강산 관광사업마저 서해교전사태로 인해 난관에 봉착했다. 북한 당국이 우리 정부와 현대측의 반발을 무릅쓰고 관광객 민영미(閔泳美·36)씨를 억류한 것은 서해교전사태 패배에 대한 보복적 성격이 강한 듯해 보인다.
특히 서해교전사태를 계기로 북한 군부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금강산 관광사업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초강수를 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 정부도 북한 당국의 관광객 억류사건에 대해서는 선택의 카드가 별로 없다. 국민의 신변안전이 걸린 사안인 만큼 강경 대응할 수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 금강산 관광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금강산 관광사업에 관한 한 북한측과 공식적인 대화채널이 없는 정부로서는 ‘판’이 깨지기 전에 북한 당국이 빨리 민씨를 풀어주기만 바라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민씨가 풀려난다 하더라도 서해교전사태나 이번 억류사건의 앙금이 가라앉기 전까지 남북관계는 당분간 찬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