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로비의혹]與 신-구주류, 金법무 거취 갈등 재연

  • 입력 1999년 5월 30일 19시 18분


여권이 ‘사면초가(四面楚歌)’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처지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고급옷 로비의혹사건’과 관련해 김태정(金泰政)법무장관의 사퇴를 주장하는 외침이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가운데 내부적으로 권력다툼마저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그런데도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지도부는 거의 손을 놓은 상태여서 안팎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사실 여권 내의 이른바 신주류와 구주류간 갈등양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 뿌리가 깊다.

그러다가 이번 ‘고급옷 로비의혹사건’ 등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현 정권 출범 직후부터 국민회의 권노갑(權魯甲)고문을 중심으로 하는 구주류측은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하는 신주류측이 권력을 독점하는 게 아니냐”며 불만을 표시해왔다.

그러던 중 이번 ‘5·24’ 개각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동교동계 간의 가교역할을 해왔던 박지원(朴智元)전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이 물러나자 구주류측의 불만이 폭발직전에 이른 것.

이같은 갈등양상은 당연히 김법무장관의 거취문제와 관련해서도 여실히 표출됐다. 김중권실장 주재로 28일과 29일 열린 청와대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잘못이 없는 사람을 여론에 밀려 물러나게 하면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또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면 통치권에 큰 부담이 된다”며 김법무장관의 경질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구주류측은 김장관 경질을 포함한 대대적인 민심수습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김실장의 권력독주에 대해 확실한 쐐기를 박아야 한다고 구주류측은 목청을 돋운다. 구주류측은 김대통령이 귀국하는 대로 이같은 뜻을 각종 채널을 통해 건의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와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총재권한대행 등 여권지도부는 수습방안 마련에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이다. 공동여당 지도부 중 누구의 입에서도 난국수습에 관한 얘기를 들어볼 수 없다. 김총리는 30일에도 변함없이 골프를 즐겼다.

〈양기대·윤승모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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