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행, 김정길수석 성토 『비서의 秘자는?』

  • 입력 1999년 5월 11일 19시 32분


『비서의 ‘비’자는 ‘감출 비(秘)’아니냐.』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총재권한대행은 11일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청와대의 수석비서관들을 향해 분통을 터뜨렸다. 표적은 김정길(金正吉)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김대행은 일부 언론에 ‘국민회의 전당대회 연기검토’가 보도되자 발설자를 김수석으로 지목하고 직접 전화를 걸어 “당신이 뭔데 당의 일에 이러쿵저러쿵하느냐”고 추궁했다.

김수석은 이에 “김대행이 기사 출처가 청와대가 아니냐고 해 아니라고 대답해줬다”며 ‘추궁’사실을 부인했지만 김대행이 김수석을 내심 별러왔다는 것은 당내에 이미 알려진 일.

아무튼 여권 내에서 국민회의 전당대회를 다시 연말로 연기해야 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의 지지부진한 정치개혁협상 진행상황으로 볼 때 8월까지 전당대회 준비를 완료하기가 물리적으로 곤란하다는 이유에서다. 전당대회 재연기론에는 예컨대 여야 협상에서 중대선거구제가 합의될 경우 기존의 지구당체제가 완전히 뒤바뀔 것이란 전제도 깔려 있다.

당내 일각에선 “정치의 틀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는 전당대회가 무의미하다”는 연기론도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당으로서는 전당대회를 8월로 연기한 이유가 ‘선(先)정치개혁’에 있었던만큼 어떻게든 6월말까지 개혁을 매듭짓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당대회 연기검토’ 얘기가 나오자 김대행이 화가 난 것이다.

이와 함께 김수석이 김대행의 기자회견(8일)을 하루 앞두고 지구당 폐지 등 정치개혁방안을 발설해 회견의 모양새를 일그러뜨려 놓은 것도 ‘김정길 성토’에 불붙인 요인이었다는 후문이다.

〈김창혁·윤승모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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