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한 여야「막말 싸움」…일각선『말아끼자』

  • 입력 1999년 5월 7일 20시 01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6일 기자회견 이후 정치권의 고질병인 살벌한 말싸움 공방이 재연되고 있다.

발단은 이총재가 현 정권을 ‘독재정권’으로 규정하면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나라에 누가 투자하겠는가”라고 말한 대목을 여권이 문제삼으면서 비롯됐다.

국민회의는 7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이총재의 발언을 ‘망언 및 매국적인 발언’으로 규정한 뒤 “이총재의 발언에는 나라가 무너지기를 기대하는 심사가 들어있다”고 몰아세웠다.

이런 분위기에서 손세일(孫世一)원내총무가 이총재에게 ‘할복자살’을 요구하는 극한 발언까지 나왔다. 손총무는 곧바로 “할복자살 부분은 실수”라며 발언을 공식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자 한나라당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은 “손총무가 발언을 취소하긴 했으나 상식 밖의 얘기”라고 비난했다.

이같이 ‘막가는’ 여야의 말싸움 형태에 대해 정치권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회의의 한 중진의원은 “여야관계가 어려울수록 정치인들이 더욱 말을 아껴야 한다”면서 “이총재의 발언도 문제있지만 집권당의 감정적 대응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도 “이총재의 진의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측면이 있으나 오해를 살 만한 발언을 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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