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덕씨 후보사퇴 파동]해프닝 전말

  • 입력 1999년 4월 29일 19시 28분


고승덕(高承德)씨의 서울 송파갑 재선거 한나라당 후보 사퇴 소동은 한 편의 ‘미스터리성 소극(笑劇)’이었다.

○…고시 3관왕에다 TV 코미디 프로 출연으로 지명도 높은 변호사인 고씨가 정치 입문을 선언한 것은 1일. 고씨가 당시 국민회의 당사를 직접 찾아가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들에게 이력서를 전하자 정가에선 그의 송파갑 재선거 출마설이 파다하게 퍼졌다.

그러나 고씨가 장인인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와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상의를 하지않았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미스터리’가 시작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고씨는 국민회의 공천이 불투명하자 26일 한나라당 후보로 나설 뜻을 표명. 그는 이날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부총재의 후원회 행사에서 한나라당 입당을 공식 선언하며 “지연은 국민회의, 혈연은 자민련과 맺어져 있으나 정치는 한나라당에서 하겠다”며 출마 의사를 확인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전해들은 박총재는 아연실색, 27일 사돈인 고익태(高翊台)씨 부부와 함께 가족회의를 갖고 고씨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총재는 이 자리에서 “장인이 여당 총재인데 사위가 야당 후보로 나서는 것은 집안 망신”이라고 하소연했고 사돈인 고씨도 “면목이 없다”며 고씨를 사퇴시키기로 했다는 것. 이후 전 가족이 총동원돼 고씨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것.

○…고씨는 결국 29일 아침 박총재에게 전화를 한 뒤 서울 마포 자민련 당사로 박총재를 방문, 기자들이 보는 가운데 사퇴 의사를 표명. 박총재는 “이 사람이 매터도와 루머가 돌아 흥분해 생각할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면서 “본인 스스로 자기 위치로 돌아가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언급.

고씨는 고개를 떨군 채 “이번 일로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들에게 송구스럽다”면서 “근거 없는 소문 등이 많아서 야당으로라도 출마해 해명하려 했다”고 설명. 그는 또 “결국 극복할 수 없었던 것은 혈연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양가 부모님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거듭 사죄.

○…그러나 한나라당측은 고씨가 28일 밤까지 한나라당 의원들과 선거 대책회의를 하는 등 강한 출마 의사를 밝혔었다고 주장해 진정한 사퇴이유가 무엇인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황우려(黃祐呂)의원이 이날 밝힌 그동안의 경위.

“28일 오후4시경부터 9시 넘어까지 고변호사 사무실에서 나, 맹형규의원, 홍준표전의원 등과 선거대책을 협의하며 준비에 들어갔다. 또 밤 11시경 맹의원이 고변호사에게 다시 전화를 했으며 변함없이 전략상 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고변호사는 ‘나는 이미 공인이자 정치인이 됐기 때문에 돌아설 수 없다’며 강한 선거참여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29일 오전8시경 고변호사가 전화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버틸 수 없다. 가정문제까지 대단히 흔들린다’고 했다.

고변호사는 그 사이에 친가 부모님이 정치적으로 휘말리면서 고초를 겪고 있다는 말도 했으며 정치적으로 더 이상 진전하기 어려운 위협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가 나를 미행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고변호사 본인 입으로 사퇴압력이 있었다고 얘기했다.”

○…고씨는 그러나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기자들의 사퇴 배경 질문에 침묵, 결정적인 심경 변화 경위를 둘러싼 여야 간의 공방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송인수·이원재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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