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뒤숭숭…비주류―수도권초재선 李총재에 反旗

  • 입력 1999년 4월 23일 19시 38분


요즘 한나라당이 뒤숭숭하다.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제2의 창당’을 각오로 전면적인 변화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하자 당내 비주류와 수도권 초재선의원들이 연일 불만을 터뜨리는 등 내홍(內訌)으로 바람잘 날이 없다.

비주류는 특히 내년 총선과 관련한 이총재의 ‘계파 불인정 선언’에 대해 조직적으로 반발할 태세다. 옛 민주당출신의 한 인사는 “신한국당과 민주당이 합당할 때 약속했던 7대3 지분이 지켜져야 한다”면서 이총재의 발언에 반발하고 나섰다. 민정계 중진의원 역시 “야당에서 계파 지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당을 깨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흥분했다.

‘한나라당’이라는 당명을 지었던 조순(趙淳)명예총재도 당명 변경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이총재의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조명예총재는 23일 이총재와 소원한 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와 만나는 등 이총재 견제를 위한 행보에 나섰다.

뿐만 아니다. 이총재의 ‘전위대’ 역할을 해왔던 수도권 초재선의원들이 이총재의 지도노선에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도 이총재에게는 큰 부담이다. 김문수(金文洙·경기 부천소사)의원은 23일 “이총재가 당의 변신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알맹이가 없다. 중대선구제가 채택되면 개혁적인 의원들과 힘을 모아 개혁신당을 만들 각오가 돼 있다”면서 공개적인 반기를 들었다. 당내 초재선의원들의 모임인 ‘희망연대’는 26일 당의 진로를 놓고 토론회를 벌이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도 이총재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올 가능성이 크다.

선거구제 변경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당의 분위기를 더욱 어수선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총재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고 보고 있고 대부분의 영남출신 의원들도 이에 동조한다.

하지만 수도권출신과 중진의원들은 공동여당의 연합공천에 대비해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공동여당이 중대선거구제를 추진할 경우 선거구제 논란이 한나라당의 내분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당내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이총재는 대여공세를 통해 공동여당의 갈등을 조장하는 한편 내분을 추스르기 위해 부심하는 모습이다.

이총재는 “자민련이 내각제 개헌을 실현하려 한다면 야당이 돼도 좋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라면서 자민련이 국민회의와 결별할 경우 내각제를 고리로 연대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이총재는 또 신진엘리트 영입과 정책정당으로의 변신을 통해 내부 불만을 제어한다는 구상이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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