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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4월 18일 1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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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혈론은 김대통령이 집권 2차연도에 들어서면서 강조해온 정치개혁의 중심테마.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중대선거구제와 정당명부제, 그리고 수혈론은 김대통령의 3대 정치개혁 카드”라고 말한다. 하지만 구체적 작업은 물밑에서만 진행될 뿐 수혈론은 아직 ‘맹아(萌芽)’ 단계를 넘어서지 못한 듯하다.
물밑작업, 특히 30, 4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피’ 리스트작성작업은 주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이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당에 공식 영입기구를 설치하겠다는 김대통령의 언급은 맹아적 단계의 수혈론에 본격적인 동력(動力)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청와대와 국정원이 작성한 ‘젊은 피’ 리스트가 당에 넘겨져 기초준비작업이 이미 어느 정도 돼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대통령이 수혈론을 꺼낸 이후 당은 물론 여권 전체는 바짝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일부 강경 수혈론자들은 “김대통령의 의지는 수혈 정도가 아니라 묵은 피를 모두 바꾸는 환혈(換血)혁명이 될 것”이라고까지 공언하고 있어 긴장의 도가 통상적 물갈이의 수준을 넘어 서고 있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수혈론은 호남 환혈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수혈론이 정치개혁으로서 정당성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벌써부터 국민회의 내 호남 의원들, 특히 동교동계의 반응이 민감하다. 이들 중 일부는 수혈론을 ‘권력투쟁’의 일환으로 바라본다.
일각에서는 동교동 가신그룹들이 대선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일절 공직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선언, 김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준 예를 상기시키며 ‘유사한 움직임’이 있을 지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수도권도 주요 수혈 대상지역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민련과의 연합공천 비율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다소 진폭은 있겠지만 공동여당의 협상결과에 따라서는 진도(震度)는 예상을 뛰어 넘게 된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