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논란 일단락]『혼란만 야기』책임추궁 여론

입력 1999-04-10 08:46수정 2009-09-24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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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9일 주한미군 주둔문제는 한국과 미국간에 논의될 사안이지 북한과 미국 또는 남북간에 논의될 사안이 아니라고 공식 입장을 정리함에 따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주한미군 관련발언으로 촉발된 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북한이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청와대가 “북한이 주한미군이 평화군으로 지위를 변경한다면 주둔을 인정키로 했다”고 언급해 국민에게 혼란을 야기시킨 데 대해서는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특히 김대통령이 “북한이 주한미군의 존재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라고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한 데 대해선 임동원(林東源)대통령외교안보수석 등 스태프의 잘못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은 87년7월 다국적 군축협상회의 개최를 제의하며 “북과 남의 무력이 10만으로 축소되면 미국은 남조선에서 모든 무력을 철수하고 군사기지를 철폐해야 한다”며 단계적 철수론을 제기했다.

또 96년4월 이종혁(李鍾革)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은 미 조지아대 학술회의에서 “미국과 북한 양측이 평화조약을 모색하는 동안 미군이 한반도에서 평화유지군으로 활동하는 데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대통령이 6일 주한미군 관련 발언을 했을 때 외교통상부 등 실무부처 관계자들이 고개를 갸우뚱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북한의 입장이 새로운 게 아닌데 대통령이 왜 ‘처음’이라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더욱이 미국측에서 주한미군 문제는 한미간에 논의될 사안이라는 반응이 나온 뒤 정부 입장이 발표돼 이 문제를 놓고 한미간에 미묘한 갈등이 생길 우려가 있자 서둘러 봉합하려 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연일 김대통령의 발언을 ‘궤변’이라고 비난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거듭 요구한 것도 정부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고 있다.

물론 주한미군 문제는 현재의 정전체제가 새로운 평화체제로 대체되거나 남북통일이 실현되는 단계에 가서는 재고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대북문제에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있다고 자부해온 김대통령이 행여 객관적인 신빙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전언(傳言)을 믿고 그같이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면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은 그에 따른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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