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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2월 22일 0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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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이날 대화를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의 심정을 추스르는 기회로 삼겠다는 당초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겠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민감한 정치현안에 대한 돌출발언으로 행사의 초점을 흐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날 나온 국내정치현안은 네가지. 먼저 경제청문회에서 ‘사직동팀’의 실체확인으로 제기됐던 정치자금문제에 대해 김대통령은 “떳떳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즉 “불법적이거나 대가성있는 자금은 결코 받지 않았다”는 게 해명의 요지였다.
두번째 현안은 정계개편과 총재회담을 포함한 여야관계. 김대통령은 “인위적으로 야당의원을 빼오거나 공작할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다. 또 “야당을 국정의 정당한 파트너로 대할 생각이며 야당총재와 대화도 하겠다”고 밝혔다.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지만 한나라당의 정계개편 중단선언요구에 부응하겠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다만 김대통령은 “야당내에서도 탈당하겠다는 등의 말이 나오는데 야당관리는 야당이 책임지고 해야 한다”고 밝혀 자발적인 입당의원들에 대한 ‘문호개방’은 불가피하다는 단서를 붙였다.
세번째는 내각제개헌문제. 김대통령은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와의 약속을 결코 잊지 않고 있다”며 “김총리와 둘이 결론을 내릴 것이고 시간도 충분히 있으니 기다려달라”고 답했다. 이는 내각제문제를 ‘지구전’으로 해결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특히 김대통령은 “국민여론을 주의깊게 살피고 있다”고 강조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내각제에 대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는 점과 관련해 주목되는 언급으로 보인다.
네번째는 지역감정문제. 김대통령은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똑같이 사랑하고 호흡해서 악마의 주술같은 지역감정문제를 끝낼 생각이니 협조해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했다.
아무튼 이날 답변내용은 당초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어서 24일의 취임1주년 기자회견에 대한 관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