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장관-정무수석 경질/이모저모]

  • 입력 1999년 2월 6일 08시 54분


5일 저녁 갑자기 청와대정무수석비서관의 경질을 축으로 해 행정자치부장관이 바뀌자 정치권은 인사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했다. 그러나 서울 구로을 재선거에 출마하는 공직자의 사퇴시한이 6일이어서 이날 전격적으로 인사가 단행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이강래(李康來)전청와대정무수석을 재선거가 실시되는 서울 구로을에 출마시키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 주말이었다는 후문. 김대통령은 결심을 굳힌 뒤 이번주 초 김중권(金重權)청와대비서실장에게 이를 알렸고 김실장이 이전정무수석에게 재선거 출마를 사전통보했다는 것.

김정길(金正吉)신임수석이 정무수석 기용방침을 사전통보받은 것도 비슷한 시기인 1일 청와대에서 김실장과 경찰의 경무관 승진인사안을 최종협의할 때였다는 전언.

김대통령은 정무수석 후임으로 김신임수석을 일찍 점찍어 두었으나 행정자치부장관 후임문제로 며칠 고심하다 5일 아침에야 김기재(金杞載)전의원을 임명키로 결심했다는 것. 여기에는 내각의 지역안배차원에서 김신임수석과 같은 경남출신이라는 점도 감안됐다는 게 김실장의 설명.

김신임장관은 지난해 ‘6·4지방선거’때 부산시장선거에 출마해 고배를 마신 직후 국민회의에 입당했으나 언젠가 ‘산뜻한 중용’을 위해 숨겨둔 ‘비밀병기’였다는 게 여권관계자의 설명.

장영철(張永喆)의원도 후보로 거론됐다는 얘기가 한때 나돌았으나 김실장은 이를 공식부인.

한편 김대통령은 해외순방중인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로부터 인선발표 30분 전인 5일 오후7시반경 전화로 김신임장관에 대한 임명제청을 받았다.

○…김실장은 이날 저녁 인선내용을 발표하면서 “총선이 1년여 남은 상황에서 의정경험과 정치식견을 갖춘 인물을 정무수석으로 기용했다”고 말해 실무보좌형이 아니라 정치참모형 정무수석을 인선했음을 시사.

김실장은 특히 김신임수석에 대해 “당정관계를 원활히 하고 동서화합을 위한 정치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며 부산 경남지역과 관련한 역할이 많이 주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그러나 김실장은 이번 인선이 ‘동서화합형 정계개편’과 관계가 있느냐고 묻자 “전혀 관계가 없다”고 극구 부인. 그는 이번 인선이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과의 화해를 염두에 둔 것이냐는 물음에도 “관계가 없다고 본다”고 답변.

김실장은 또 “이전수석을 당에서 긴급히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이전수석의 역할은 당에서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 그는 정무수석이 바뀐 것에 대해서도 처음엔 ‘경질’로 얘기했다가 ‘교체’로 수정하기도.

한편 김실장은 김대통령 취임 1주년을 전후한 개각가능성을 묻는 물음에 “이번 인사는 공석을 메우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 추가적인 개각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전수석은 이날 경질방침을 공식통보받은 뒤 서울 여의도 국민회의 당사에 들러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 등 당직자들을 찾아다니며 ‘친정복귀’를 신고.

김대통령은 당초 측근 전진배치에 의한 당(국민회의) 기능강화를 위해 서울 구로을 재선에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을 출마토록 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했으나 박수석의 역할을 대신할 마땅한 후임자가 없자 박수석을 주저앉히고 대신 이전수석을 내보내기로 했다는 것.

이전수석은 지난해 5월 문희상(文喜相)안기부기조실장과 자리를 맞바꾼 뒤 ‘비서역할에 충실한 정무수석’을 자임하며 소리 안나게 김대통령을 보좌해왔으며 재선거에서 당선될 경우 당의 요직을 맡을 것이라는 전언.

○…행자부 간부와 직원들은 이날 저녁 전격적인 장관교체 사실에 다소 놀라면서도 김전장관이 차관급인 청와대정무수석에 기용된 것을 두고 ‘사실상 영전’이라고 평가.

특히 국장급 이상 고위간부들은 인사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이날 오후7시40분경 장관교체 사실이 알려지자 부랴부랴 청사로 돌아와 김전장관의 이임기자회견에 참석한 뒤 신임 김장관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느라 부산.

간부들은 김장관이 정통 내무관료출신으로 내무부 기획관리실장과 차관에다 총무처장관을 지낸 만큼 장관 경질에 따른 업무공백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김장관 취임을 반기는 분위기.

〈임채청·최성진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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