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기아사태]『비자금 193억』집중추궁

입력 1999-01-29 19:39수정 2009-09-2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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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환란(換亂)의 한 요인인 기아사태와 정경유착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국회 IMF환란조사특위는 29일 경제청문회에서 기아그룹계열사인 ㈜기산 사장을 지낸 이신행(李信行)전의원을 증인으로 불러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특위가 초점을 맞춘 대목은 크게 두가지였다.

먼저 기아 부도처리나 법정관리 지연에 권력이 미친 영향.

자민련 이건개(李健介)의원은 “며칠전 김선홍(金善弘)전기아그룹회장으로부터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에게 대선자금을 줬다는 확답을 받았고 그 액수는 1백억원 정도로 추정된다”며 이것이 기아처리 지연의 한 ‘원인(遠因)’이 됐을 것임을 시사했다.

국민회의 장성원(張誠源)의원은 “97년초 김전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가 이전의원 주선으로 이기호(李起鎬) 당시 기아그룹종합조정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도울 일이 있으면 협조하겠다’고 했다”며 현철씨의 배후 영향력 행사를 주장했다.

그러나 이전의원은 “모르겠다” “그런 사실이 없다”며 완강히 부인했다.

다른 하나는 이전의원이 부실기업인 기산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권 로비에 사용했다는 의혹.

국민회의 김영환(金榮煥), 자민련 정우택(鄭宇澤)의원은 “기산이 94∼97년 자동차대금 과다계상분 1백51억7천여만원, 하도급용역대금 허위증액분 24억9천여만원과 96년 총선자금 16억2천여만원 등 1백92억9천여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전의원이 “우리가 만든 비자금은 특수업무추진비”라고 비자금 조성사실은 시인하자 김의원은 흥분한 목소리로 “증인은 또 94년10월∼96년11월 2년사이 매달 1억원씩 썼고 추석이나 명절에는 수억원씩 쓰지 않았느냐. 정치인들에게 돈을 갖다준 것 아니냐”고 집요하게 따져물었다.

이전의원은 짜증섞인 표정으로 “너무 일방적인 얘기다. 몰아붙이기식 아니냐. 인격모독이고 섭섭한 생각이 든다”고 맞섰다.그는 또 김선홍전회장의 지시에 따라 비자금 중 30억원을 96년 총선자금과 정치권 로비자금으로 사용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철저히 부인했다.

이전의원은 이처럼 자신이 기아의 정계로비 창구역할을 맡았다는 부분은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그는 “기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다.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차원에서 생존의 한 방법으로 국회 진출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원내진출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문 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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