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현주소]李총재 『위기를 기회로』

  • 입력 1999년 1월 17일 20시 17분


《한나라당이 안팎의 시련에 시달리고 있다.

여권이 춘계 정계개편 대공세를 예고하면서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있고 당내에서는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지도력 부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여권의 공세에 버텨낼 수 있을지, 이총재는 내우외환의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을 지, 비주류의‘이회창 흔들기’움직임은 가시화될 수 있는지 등 한나라당의 상황을 종합점검한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17일 의원 사무처요원 등8백여명과함께 북한산을 등반하며 대여(對與)강경투쟁을 다짐했다. 이총재는 “우리앞에놓인길이 가파르고 험난하더라도 국민과 함께 손잡고 이겨 나가자”고 역설했다.

이총재는 또 여당의 단독 경제청문회 강행에 맞서 18일 수원시민회관에서 ‘안기부 정치사찰 규탄대회’를 주재하며 장외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이총재와 한나라당의 대여 강공드라이브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 529호실사건’ 이후 한나라당은 국회 본회의장 농성, 의장실 점거, 장외 규탄대회 개최 등 과거 야당이 사용해온 방식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같은 강공의 바닥에 깔려 있는 것은 이총재 자신의 정치적 진로에 대한 위기의식이다. 당내 일각의 ‘낙마(落馬)론’이나 여권이 제기하는 ‘배제론’이 이총재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요인이다.

또 ‘의원 빼내기’로 상징되는 여권의 강압적인 정국운영과 ‘여도 아니고 야도 아닌’ 한나라당의 어정쩡한 위상은 야당지도자로서의 존재감을 입증할 것을 그에게 현실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최근의 강공드라이브에 대해 “야당으로서의 존재감도 어느 정도 입증했고 당내 비주류와의 갈등도 잠복하지 않았느냐”고 자평했다. 무엇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대립축으로서의 존립가능성에 대해 이총재는 전보다 자신감을 갖는 분위기다. 새해 들어 현충사 방문, 전직대통령 예방 등 활발한 정치적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나 특히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측과의 관계 복원 노력은 이런 자신감과 표리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이렇게 보면 최근의 상황은 이총재에게 기회로 작용하고 있는 측면도 적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이총재가 안고 있는 모순은 존재를 입증하려는 행보가 계속될수록 자신이 지향해온 ‘3김(金)정치와의 차별성’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의 강공행태가 이총재가 내걸어온 ‘온건 합리적 야당상’은 물론 국민정서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이총재측은 ‘지금은 야당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시기’라는 상황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 설명처럼 야당의 비상상황은 정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올봄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그때까지 이총재가 어떻게 당의 원심력을 제어하면서 혼란스러운 ‘야당상’을 정립해 갈 것인가이며 결국 위기가 기회로 바뀔 것인지의 여부도 이 대응여부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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