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稅風맞설 중대결심?…측근들,다단계투쟁 구상

  • 입력 1998년 12월 11일 18시 39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10일 동생 회성(會晟)씨의 체포로까지 이어진 ‘세풍(稅風)’사건과 관련해 여권에 강도높은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여권이 97년 대선자금을 포함한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요구와 천용택(千容宅)국방부장관 해임건의안에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중대결심’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이총재의 ‘중대결심’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는 이를 과연 실행에 옮길 것인가.

이총재의 측근들은 “이총재의 구상은 다단계 투쟁이며 첫 단계는 정기국회 운영에 대한 비협조투쟁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이총재는 하루만인 11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몇가지 원내투쟁방안을 제시했다.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주요당직자회의가 끝난 뒤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의 심사를 거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고 밝혔다. 안대변인은 또 “구체적 결행시기는 당이 요구한 정치자금 국정조사 등 두가지 안건의 처리과정을 지켜보며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총재는 이날 회의에서 한일어업협정의 국회비준동의안 처리문제도 대여투쟁의 수단으로 활용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14일 통일외교통상위에 상정될 예정인 비준동의안을 반대하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원내총무단에 지시했다.

이총재는 또 국민회의의 대북커넥션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새로운 국정조사요구서 제출도 지시해 ‘북풍(北風)’사건에 대해서도 맞불작전을 펼 뜻임을 드러냈다.

결국 ‘중대결심’의 첫 단계는 정기국회에서의 강경투쟁으로 요약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5백86개 법안의 정기국회 회기내 처리가 불투명해졌으며 여야관계는 경색국면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총재의 다음 수순에 대해서는 측근들조차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이총재에게 정기국회투쟁 외에는 뾰족한 대응수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정가의 대체적 시각 또한 이총재가 원만한 여야관계를 완전히 포기하고 ‘무한투쟁’을 선언하거나 자신의 진퇴문제를 결정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있을 수 없다는 쪽이다.

그러나 그동안 이총재가 보여준 정치행보로 볼 때 이같은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또 “구시대식 정치는 하지 않겠다. 야당이 기본은 해줘야 한다”고 강조해온 이총재가 정기국회투쟁조차 끝까지 밀어붙일지 미지수라는 시각도 없지 않은 상태다.

〈문 철기자〉fullm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