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벌개혁과 실업걱정

  • 입력 1998년 12월 8일 18시 47분


5대재벌의 개혁으로 또다시 수만명의 실직자가 발생할 전망이다. 재벌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파생되는 문제라고는 하지만 매우 가슴 아픈 일이다. 이번에는 특히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들의 대량실직이 예상되고 있어 또다른 차원에서 걱정이 크다. 가뜩이나 사회안전망이 빈약한 판에 금융기관 정리때에 이어 또다시 고학력 실업자가 쏟아져 나온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재벌개혁은 내년 봄쯤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개편대상 기업의 종사자들에게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운 계절이 될 것이다. 주정리대상인 연구직 등 전문인력은 그들을 양성하기 위해 지출했던 국가투자를 생각할 때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 될 수 있다. 물론 재벌은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 실업방지에만 집착하다 보면 어렵사리 마련한 재벌의 구조조정은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 그렇더라도 개혁과정에서 발생할 실직자 문제를 간과한다면 경제개혁 자체가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있다. 정교하게 절충할 수 있는 선을 찾는 것이 숙제다.

문제는 뾰족한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포기한다면 구조조정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그렇다고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도 공평한 일이 아니다. 개인적 실책과는 무관하게 사회변혁때문에 자리를 물러나야 한다면 그 고통은 사회가 고루 나누는 것이 옳다. 정부의 실업정책은 그런 차원에서 확대 개편되어야 한다. 전문직출신 실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창업자금 확대방안도 고려해봄직 하다. 창업지원 등을 통해 이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사회발전의 에너지로 다시 흡수하는 것은 국가경제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지금 재벌기업들에 고용유지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감량경영을 요구하는 마당에 이들을 짐으로 떠안고 가라는 주문은 적절치 않다. 단지 기업이 사회안정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실직자를 최소화하는 방안은 적극 강구해야 한다. 기업의 분사(分社)를 포함해 대량실업을 완충하는 여러가지 방법을 고안할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의 어려운 입장은 이해하지만 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한다는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 주기 바란다.

벌써 재벌개혁 발표를 전후해서 일부 대상기업 종사자들의 집단행동이 나타나고 있다. 자부심을 갖고 입사했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정리될 때의 그 눈물겨운 심정을 왜 모르겠는가.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안정을 통한 경제발전이다. 선진국 사례를 볼 때 구조조정 후 경제가 회복되면 고용기회는 더 많아진다. 당사자들의 자제를 기대한다. 아울러 사회는 이들을 따뜻한 가슴으로 껴안는 공생의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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