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李총재 흔들 필요있나?』…검찰에 불만터뜨려

  • 입력 1998년 12월 2일 19시 27분


‘총풍(銃風)사건’에 대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연루의혹이 제기되고 검찰이 이총재의 소환방침을 밝혔는데도 여권의 기류는 이와 달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여권의 흐름은 이총재에 대한 공세는 물론 사법처리나 무리한 조치를 해서는 안된다는 쪽이다. 여기에는 새해예산안과 경제청문회 등 정치현안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 한나라당과 이총재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현실적인 이유가 들어 있다.

이와 함께 현 시점에서 이총재가 총풍사건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경우 한나라당의 내부분열을 초래, 여권의 정국운영에 적지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총재가 처한 상황을 감안할 때 여권에 ‘두려운 존재’가 되기 어려운 만큼 굳이 이총재를 흔들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국민회의 고위당직자는 “지난달 30일 한성기(韓成基)씨의 법정진술로 이총재의 총풍사건 연루의혹이 충분히 부각된 것 아니냐”며 “가만히 놔둬도 이총재의 정치적 위상이 줄어들겠지만 그렇다고 이총재가 추락하는 것은 여권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여권의 신중한 대처에는 이총재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 및 사법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점도 고려됐다고 볼 수 있다. 이총재가 한씨 등과 총풍사건을 공모했다는 증거가 없는 한 사법처리가 어려운데다 이총재가 한씨의 진술을 날조라고 주장,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권과 검찰일각에서 이총재의 조사여부는 총풍사건 보강수사결과에 달려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국민회의에서는 새해예산안 등 정치현안의 처리를 바로 앞둔 시점에서 이를 터뜨린 검찰에 대해 “도대체 누구 편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정치권의 스케줄을 고려해 법집행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불가피한 측면을 국민회의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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