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오찬 대화록]『간첩선사건 현장대처 허점』

  • 입력 1998년 11월 23일 19시 14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3일낮 청와대에서 3부요인 및 정당대표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해외순방과 한미(韓美)정상회담결과를 설명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북한지하의혹시설 서해간첩선 재벌개혁 등 많은 얘기가 오갔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김대통령의 설명에 대해 조심스럽게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다음은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이 전한 대화 요지.

▼이총재〓대통령이 애를 많이 썼다. 핵문제와 관련해 한미간에 의견일치를 이뤄 국민의 불안을 씻어줬다. 그러나 북한 핵의혹에 대해 미국은 의혹이 해소안되면 제네바합의를 파기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인데 대통령은 핵의혹에 분명한 결론이 날 때까지 신중하자는 입장이다. 또 대통령 순방중 간첩선인지 괴선박이 출몰했는데 10시간이 지나서도 대통령이 보고받지 못한 것은 안보상 허점, 보고체계상 허점이 아닌지 국민은 불안해 하고 있다. 재벌개혁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취지와 기본적으로 같다. 그러나 이는 우리 경제상황과 필요에 의해 추진돼야 한다. 미국의 신속한 추진요구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대통령〓핵의혹문제는 현장접근이 이뤄져 핵으로 확인되면 폐쇄를 요구할 것이다. 북한이 현장접근을 끝내 거부할 때는 중대한 문제가 생긴다. 한미간에 심각하게 논의할 것이다. 북한도 현장접근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접근하되 3억달러의 배상금을 내라는 것이다. 북한은 이들시설을 보여줘야지 돈을 내라고 해서는 안된다.

▼임동원(林東源)청와대외교안보수석〓지하시설 굴착작업은 흙이 워낙 많이 나온다. 이 때문에 여기에 핵시설을 넣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고있다. 미국은 이것이 핵시설이어도 핵무기는 6년이 지나야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네바합의를 깨면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 재처리시설로 6주내에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6년후보다 6주가 더 중요하다. 제네바합의를 깨서는 안된다.

▼김대통령〓문제는 말만 해놓고 준비를 안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걱정이 없다고 해놓고 아무 준비를 안했다가 6·25를 당한 것이다. 전쟁이 나면 대단히 불행해진다. 북한내 전쟁을 하려는 자에게 희망을 주지말고 전쟁을 안하려는 자에게 희망을 주자는 것이다.

▼임수석〓간첩선 합동신문조의 조사는 오후7시에 정확한 게 나왔다. 홍콩 출발시 서울에서 보고받았으나 그때까지 어떤 문제인지 판단을 못하는 상황이어서 확인한 뒤 보고하려 했다. 공항에서도 국방장관이 시간이 없어 보고를 못했지만 오후7시 모든 것을 확인하고 즉각 보고했다.

▼김대통령〓어쨌든 현장대처가 부족했다. 안개가 심했다지만 여러시간이 지나도록 나포를 못한 것은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보완이 필요하다. 여기에 이총재와 이견이 없다. 재벌구조조정은 국내전문가는 물론 노동계에서도 요구하고 있다. 6∼30대기업은 잘 했다. 문제는 5대기업이다. 국민과 세계에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재벌구조개혁이 안돼 국민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IMF에도 불구하고 5대재벌 재산은 늘고 있다. 야당도 협조해줘야 한다.

▼이총재〓우리도 확실히 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사정이 아니라 외국에서 필요하다니까 하자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에서 하는 얘기다.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자금의 범위가 한정돼 있는데도 80%가 5대재벌 차지고 다른 중소기업은 자금이 없다. 빨리 해야 중소기업이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항간에는 재벌의 속성상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것이고 대통령이 질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단단히 해야 한다. 이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못한다.

▼강봉균(康奉均)청와대경제수석〓정치권에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

▼김대통령〓연말까지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순조롭게 풀려나가도록 하겠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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