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선생님」,외교팀에 5대통상지침 시달

  • 입력 1998년 11월 17일 19시 35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과거 야당시절 선거가 닥치면 국회의원 후보들을 모아놓고 ‘유세 지침’을 직접 정리해 가르치는 ‘정치교사’의 모습을 종종 보였었다.

김대통령은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를 앞두고 또 한번 ‘교사’의 면모를 보여줬다.

김대통령은 16일 낮 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부장관 한덕수(韓悳洙)통상교섭본부장 임동원(林東源)청와대외교안보 강봉균(康奉均)경제수석을 숙소로 불러 점심을 함께하며 ‘5대 통상지침’을 시달했다.

첫째, 하늘이 두쪽 나도 시장경제를 견지해 나간다. 둘째, 개방정책을 유지하는 가운데 시장경제를 운용해 나간다. 셋째, 남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 우리만 잘돼야 한다는 발상은 안된다. 넷째, 세계화에 역행하는 통상정책은 안된다. 다섯째, 국산품 애용만이 애국은 아니다. 값싸고 좋은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김대통령은 이날 한덕수본부장이 “외국투자가들은 한국이 구조개혁과 개방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얼마안가 다시 규제와 보호주의로 돌아설 것이라고 의구심을 가지는 것 같다”고 보고하자 이렇게 지침을 정리해줬다는 후문이다.

〈콸라룸푸르〓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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